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지난 3일(한국시간) 레스터 시티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이 확정되자 보도한 내용이다. 가디언의 말처럼 레스터 시티 우승은 '기적'에 가깝다.
7년 전까지 3부 리그에 머물렀던 팀이 올 시즌 쟁쟁한 명가들을 누르고 잉글랜드 무대 최정상에 올랐다.
이전에도 세계 각지에서 레스터 시티처럼 '신데렐라 동화'를 써내려간 팀들이 있다. 이들의 기적 역시 레스터 시티 우승과 맞물려 재조명되고 있다.
◇몽펠리에
몽펠리에는 '프랑스 판' 레스터 시티다.
이들은 2011~2012시즌 프랑스 리그 앙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프랑스에는 파리 생제르맹이라는 절대 강자가 버티고 있었다. 당시 파리는 이적료만 1억610만 유로(약 1400억원)를 지출하며 세계적인 선수들을 사들였다.
반면 몽펠리에는 리그 20개 팀 중 재정 규모가 13위에 그칠 정도로 약소 구단이었다. 그런데 몽펠리에는 파리를 2위로 밀어내고 마법과 같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루이 니콜린(43) 몽펠리에 회장은 4일 프랑스 일간지 레퀴프를 통해 "레스터 시티 우승은 우리(몽펠리에)의 4년 전을 떠오르게 한다"며 밝게 웃었다. 이어 "우승 다음 시즌이 중요하다"며 레스터 시티를 향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리스 "새로운 신들이 등장했다."
2004년 그리스 스포츠전문지 스포르타임이 자국 대표팀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4) 우승 뒤 남긴 말이다. 그리스는 유로 2004에서 개최국 포르투갈을 꺾고 유럽 최정상에 올랐다.
당시 이들은 스페인·프랑스·체코 등 유럽의 강호들을 연달아 꺾는 파란을 연출했다. 더구나 그리스는 이전까지 월드컵 등 주요 국제 대회서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던 축구 변방이었다. 이들의 우승이 기적인 이유다.
◇노팅엄 포레스트
레스터 시티 우승 전까지 잉글랜드 축구계에서 '기적'이란 단어의 주인은 노팅엄 포레스트였다.
노팅엄 포레스트는 1977년 2부 리그를 벗어나 이듬해 1부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레스터 시티가 승격 2년 만에 이룬 업적을 노팅엄 포레스트는 1년 만에 해낸 셈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노팅엄 포레스트는 1979년부터 2연속 UEFA 유로피언 컵을 차지하며 유럽 무대까지 평정했다. 이들의 이야기는 2015년 '나는 기적을 믿는다'라는 영화로 부활하기도 했다.
◇카이저슬라우테른
카이저슬라우테른의 전설은 약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은 1990년대 초반 독일 분데스리가 강호로 군림했다. 하지만 1996년 강등의 수모를 겪었다. 이에 팬들은 모금을 통해 '명장' 오토 레하겔(78) 감독 선임에 힘을 보탰다. 그는 팀을 한 시즌 만에 1부 리그로 끌어올리며 자신의 능력을 입증했다.
이어 승격 첫 해인 1998년 분데스리가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올렸다. 이는 독일 축구 역사상 유일무이한 기록이다. 레하겔 감독은 6년 뒤 그리스의 유로 2004 우승도 이끌었다.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무장 단체의 지배를 받고 내전에 시달리는 아프가니스탄이 감동의 우승을 거뒀다.
아프가니스탄은 2013년 남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결승 상대는 인도였다. 남아시아 8개 팀이 참가하는 이 대회에서 인도는 최다 우승(6회)국으로 최강이라 불리는 팀이다. 아프가니스탄이 내전의 상처를 딛고 인도를 무너뜨린 것이다.
국제 대회 첫 우승이다. 이전까지 전쟁으로 국제 대회 출전이 어려웠다. 그해 수도 카불에서 치른 A매치가 10년 만에 자국에서 열린 축구 경기였을 정도다. 당시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들이 전한 감동은 전세계로 퍼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