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톱 모델이었던 그는 '옷 좀 입는다'하는 남자들의 우상이었다. 그랬던 배정남이 예능프로그램에 발을 디디더니 180도 다른 사람이 돼 나타났다. 구수한 사투리를 쓰는 의리있고 잘생긴 옆집 형으로 변신했다. 예능 베테랑만 모인 MBC '무한도전'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MBC '라디오스타' 출연 한 번으로 "슈어. 와이 낫?(Sure. Why not?)"이란 유행어도 만들었다. 해맑은 미소와 거침없는 입담은 패션만큼이나 배정남을 설명하는 필수 요소가 됐다.
배우로서 필모그래피도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다. 알고 보면 대작들에 얼굴을 비쳤다. '베를린(류승완 감독·2013)'과 '마스터(조의석 감독·2016)'에 출연했고, 2015년 방송된 SBS 드라마 '심야식당'에도 깜짝 등장했다. 그리고 지난 5월 개봉해 258만 명의 관객을 모아 기대 이상의 흥행을 일궈낸 '보안관'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에어컨 설비 기사 춘모 역을 맡아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를 소화했다.
직접 만난 배정남은 보여지는 것 이상으로 소탈하고 단단했다. 사람을 좋아하며 모두와 잘 어울리는 친구였고,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일들에게서 배울 점을 찾아내는 긍정맨이기도 했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인생을 배웠고, 주연 자리를 놓친 절체절명의 그 때 자만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고 이야기했다.
-취중토크 공식 질문입니다. 주량이 어떻게 되나요.
"술마다 달라요. 데킬라 같은 건 많이 못 먹고, 소주는 두 병 정도 먹어요. 와인은 많이 먹으면 두 병?"
-술 버릇이 있나요.
"필름은 안 끊기는데 몸이 힘들어요. 해피바이러스가 많은 편이라 취하면 '더 먹자'고 달리는 편이에요. 밝아지고 기분이 좋아져요."
-함께 술자리를 하는 패밀리가 있나요.
"자주 보는 사람은 (강)동원이형. 집이 근처에요. 동네가 다 친구 가게라 편하기도 하고요. 20대부터 50대까지 친구가 다양한 편이에요. 패션 쪽 분들과 친해요. 나이 차이를 잘 못 느끼죠."
-인기를 실감하나요.
"많이 하죠. 다른 분들이 웃으면서 먼저 인사를 하시니까요. 예전엔 제가 날카로운 이미지였나봐요. 그리고 팬층이 달라졌어요. 예전엔 패션 좋아하는 어린 친구들이 인사를 건넸다면, 요샌 등산복 입은 어른들이 '정남씨, 잘 보고 있어요. 팬이에요'고 해주시더라고요. 사실 20대 초반 분들도 절 몰랐을 텐데 알아보더라고요."
-그런 시선이 귀찮아지진 않나요.
"그래도 이 일 시작한 게 10년이 넘었는데요, 뭘. 요령은 생겼죠.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상황이면 '악수나 한 번 해요. 미안해요'라고 해요. 싫을 수는 없어요. 저를 좋아해서 다가오는 분들이니까요. 전 혼자서도 잘 돌아다니는 편이에요. 사실 절 보시고 그런 걸 신경쓰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스케줄이 바쁘겠어요.
"그냥 띄엄띄엄 일해요. 일주일에 2~3일은 쉬어요."
-운동은 계속하는 거죠.
"어릴 때부터 운동을 해왔어서 안 하면 몸이 찌뿌둥해요. 땀을 좀 빼줘야 해요. 운동을 안 하면 컨디션이 안 좋아요. 근데 체질이 마른 편이라 음식 관리는 안 해요. 정말 어릴 때부터 운동을 하면 음식 가지고는 데미지가 없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웨이트를 했거든요. 복싱도 했고요. 운동을 좋아해서 체육 시간에는 무조건 1등 했어요. 미술이랑 체육만 수였어요. 다른 과목은 양? 하하. 공부를 안 하니까 못하겠더라고요."
-예고에 진학하려고 했었다면서요.
"예고에 가려면 돈이 많이 들잖아요. 중학교 때부터 없이 살았어요.(웃음)
-결혼 생각은 없나요.
"괜찮은 임자만 있으면 결혼하고 싶죠. 바로는 아니더라도 2~3년 내로는 하고 싶어요. 전 일이든 자기 생활이든 배울 수 있는 사람이 좋아요. 사고방식이 건강한 여자가 좋아요. 아무리 잘 나가고 예뻐도 생각이 건강하지 않으면 못 만나요. 외모 이상형은 없어요. 사람을 몇 번 만나다보면 어떤 사람인지 보여요. 가식인지 진심인지 보여요."
-몇 번의 대화만으로 사람을 알아보는 거네요.
"몇 번만 봐도 괜찮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이 있어요. 최근에 그런 생각이 든 사람이 박명수 형이에요. 제일 까탈스럽고 무섭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무한도전' 찍을 때 정말 좋더라고요. 다들 좋은 분인데 명수 형이랑 가장 잘 맞아요. 일을 떠나서 오랫동안 보고 싶다는 느낌이 있어요. 까탈 스러운 건 방송 캐릭터 때문에 그러는 거죠. 저도 안 만나봤으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겠죠. 말한마디라도 '열심히 해 줘서 고맙다'고 하고 얼마 전엔 고기도 사주시더라고요."
※취중토크②에서 계속됩니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oins.com 사진=김민규 기자 영상=박찬우 기자 영상편집=민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