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배정남(34)은 한 시대를 풍미한 패셔니스타였다.
 
2000년대 톱 모델이었던 그는 '옷 좀 입는다'하는 남자들의 우상이었다. 그랬던 배정남이 예능프로그램에 발을 디디더니 180도 다른 사람이 돼 나타났다. 구수한 사투리를 쓰는 의리있고 잘생긴 옆집 형으로 변신했다. 예능 베테랑만 모인 MBC '무한도전'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MBC '라디오스타' 출연 한 번으로 "슈어. 와이 낫?(Sure. Why not?)"이란 유행어도 만들었다. 해맑은 미소와 거침없는 입담은 패션만큼이나 배정남을 설명하는 필수 요소가 됐다.
 
배우로서 필모그래피도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다. 알고 보면 대작들에 얼굴을 비쳤다. '베를린(류승완 감독·2013)'과 '마스터(조의석 감독·2016)'에 출연했고, 2015년 방송된 SBS 드라마 '심야식당'에도 깜짝 등장했다. 그리고 지난 5월 개봉해 258만 명의 관객을 모아 기대 이상의 흥행을 일궈낸 '보안관'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에어컨 설비 기사 춘모 역을 맡아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를 소화했다.
 
직접 만난 배정남은 보여지는 것 이상으로 소탈하고 단단했다. 사람을 좋아하며 모두와 잘 어울리는 친구였고,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일들에게서 배울 점을 찾아내는 긍정맨이기도 했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인생을 배웠고, 주연 자리를 놓친 절체절명의 그 때 자만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고 이야기했다.




-베테랑인 '무한도전' 멤버들 사이에서도 기가 안 죽더라고요.

"무식하게 나가니까요. 하하. 사실 스무살 때부터 50대 분들과 어울렸던 터라 다른 사람들과 빨리 친해지는 편이기도 하고요."
 
-예능 이미지로 풀릴 거란 예상을 했나요.

"전혀 안 했죠. '라디오스타'도 '보안관' 개봉 2주 전에 스케줄이 잡혔어요. 자신감이 없었죠. 영화 팀에서는 제 성격을 아니까 '우리한테 하는 그대로만 해'라고 하더라고요. 형들도 '쫄지 말라'고 해줬고요.(웃음) '무한도전' 첫 촬영할 때도 엄청 두려웠거든요. 근데 (이)성민 선배가 '행님이 뒤에 있는데, 마 그냥 하고 온나'라고 해주더라고요. 그 말 자체가 엄청 힘이 되더라고요."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예능 원석이었다던데요.

"억지로 하려면 못해요. 그냥 저 그대로 하는 거예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제 이미지는 도도하고 까탈스러운 건데 반전 재미가 있나봐요."
 
 

-'무한도전'엔 어떻게 나오게 된 건가요.

"'라디오스타' 보고 갑자기 부르더라고요. (이)효리 누나와도 나왔었잖아요. 효리 누나와도 원래 알던 사이였어요. 김태호 PD님은 처음 만났는데 소년 같더라고요. 패션도 좋아하시고.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부드러운데도 단단하고 든든함이 느껴졌어요. 진짜 리더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전 멋진 남자들을 만날 때 좋아요. 주진우 형과도 엄청 친한데, 그 형을 만났을 때처럼 멋있고 강한 느낌이 들었어요."
 
-분야가 다른 친구들과 친한가봐요.

"패션 쪽은 패션 이야기하며 어울리고, 성민 선배 같은 분들하고도 잘 어울려요. 주진우 형과는 서로 다른 이야길 하니까 재밌잖아요. 형도 맨날 정치 이야기하면 재밌겠어요. 저 보면서 잠시 잊는 거죠. 주진우 형은 멋있어요. 혼자 싸우잖아요. 살해 위협을 받으면서도 막.(웃음) 전 정치의 정 자도 몰랐어요. 그런데 자기가 쓴 책을 주더라고요. 제가 알던 큰 사건들이 다 그 형이 캤던 거다라고요. 아예 모르고 살다가 정치에 관심이 좀 생겼죠."
 
-이성민 씨와는 어떻게 지내나요.

"롤모델이에요. 일적으로나 가정적으로나 완벽한 사람이에요. 대단해요. 저는 아직 형 정도의 내공이 안 되니 고민 상담도 많이 하고요. 형도 어렸을 때 고생을 많이 한 스타일이잖아요. 그래서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아요."
 
-인간관계가 넓어요.

"스무살 때부터 만난 사람들이 많아요. 휘황 형이나 그런 사람들이랑은 알고 지낸 지 15년 됐네요. 오랜만에 만나도 어색하지 않은 사람들이에요."
 
 

-'무한도전' 관련 글을 SNS에 올렸었죠.

"바캉스 간다고 해서 신나게 짐을 싸고 있었을 때였어요. 알고 보니 군대에 가는 것이긴 했지만 그 땐 몰랐으니까.(웃음) 그런데 그때 막 '무한도전'과 관련된 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더라고요. 다음날 가면 PD님이나 작가님이 제 걱정을 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일부러 쓴 거예요. 친구들도 '괜찮냐'고 물어보던데 전 신경 안 써요. '잘하고 있다'는 격려를 듣기도 했는데 진짜 전 악플 신경 안 쓰거든요. 그래도 주변 사람들이 신경 쓰니까 글을 올린 거죠. 절 걱정하는 친구들 들으라고요. 촬영날 아침에 차에서 글을 올렸어요. 군대에 들어가서 반응이 어떤지 몰랐어요. 나와서 보니 댓글이 3000여개가 달렸더라고요."
 
-화생방 훈련하며 하하씨를 도와주는 장면이 화제였어요.

"형이 건강이 안 좋아서 힘들어 하더라고요. 그래도 안 할 수는 없잖아요. 형은 들어가자마자 숨을 참는데 보기 마음이 안 좋았어요. 들어가니까 갑자기 막 경기 일으키듯이 그런 반응을 보이더라고요. '안 되겠다' 싶었어요."
 
-이렇게 이미지가 좋으면 나중엔 길에서 담배만 펴도 사람들이 뭐라고 할 거예요.

"담배 끊었어요. 하하. 사람들이 욕하면 제 복이죠, 뭐. 어렸을 때부터 단단하게 커서 잘 신경 안 써요. 전 이게 평생 직업이 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60대 되면 동남아 가서 살 거예요.(웃음) 따뜻한 데서 즐기면서 살려고요. 할아버지 돼서 추운 나라에 살고 싶지 않아요. 거기서 수영하며 살고 싶어요."
 
※취중토크③ 에서 계속됩니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oins.com
사진=김민규 기자
영상=박찬우 기자
영상편집=민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