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2회 연속 동반 금메달을 노리는 여자 농구대표팀이 자카르타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문규(62)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여자 농구대표팀이 13일 인천공항을 통해 대회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떠났다. 이번 대회에 남북단일팀 ‘코리아’로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여자 농구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 이어 대회 2연패를 달성하겠다는 각오와 함께 여정에 올랐다.
한국 여자 농구는 4년 전 인천에서 열린 대회에서 금메달의 기쁨을 만끽했다. 아시아의 강호 일본과 중국 등 경쟁국들이 세계선수권대회에 대비해 아시안게임에 1.5군의 전력을 내보낸 '빈틈'을 잘 공략했고, 이미선(39) 변연하(38) 양지희(34) 등 '언니들'이 맹활약한 덕분이다. 20년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감격적인 기억을 바탕으로 이번엔 2연패라는 새 역사에 도전한다는 것이 선수단 모두의 마음이다. 물론 팀을 이끌던 '언니들' 대부분이 은퇴했고, 남북단일팀으로 꾸려지게 돼 4년 전과 대표팀 면면이 여러모로 크게 달라졌다.
특히 이번 대회에선 남과 북이 하나가 돼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노린다는 사실이 의미 깊다. 이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주장 임영희(38·우리은행)가 이끄는 9명의 남측 선수단에 정성심 코치와 로숙영(25) 장미경(26) 김혜연(20) 등 3명의 북측 선수단이 가세해 '팀 코리아'가 됐다. 조직력이 워낙 중요한 스포츠다 보니 호흡 문제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지만, 이 감독은 "북측 선수들과 함께 훈련한 지 12일 정도 됐지만 벌써 서로 달랐던 용어가 익숙해졌을 정도로 조직력이 좋아졌다"고 걱정을 불식했다.
이 감독의 말대로 하나로 뭉친 남북은 출국을 앞두고 8월 초 일찌감치 진천선수촌에 모여 손발을 맞추는 데 힘써 왔다. 훈련 기간이 짧은 데다 아무리 한민족이라도 처음 호흡을 맞추는 만큼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합숙을 통해 조직력을 끌어올리면서 이 감독은 물론이고 남북 선수단에 자신감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 감독은 "북측 선수들 모두 적극적으로 훈련에 참가했고 적응도 잘했다"며 "그 덕분에 우리 선수들도 의지가 더 강해졌다"며 남북이 함께 뛰며 발생된 '시너지 효과'를 강조했다.
북측에서 합류한 세 선수는 모두 지난달 초 평양에서 열린 남북 통일농구 때 어느 정도 기량 검증이 끝난 선수들이다. 그중에서도 이 감독이 기대하는 선수는 역시 로숙영이다. 로숙영은 지난해 국제농구연맹(FIBA) 여자 아시안컵 대회 평균 득점 1위(평균 20.2득점)를 기록했을 정도로 실력이 좋은 선수다. 이 감독은 "공을 다루는 솜씨가 아주 뛰어나고 적응력도 좋다. 한국여자농구(WKBL) 무대에 와도 상위급 선수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