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는 해태를 포함해 팀의 10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2009년 이후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 2010년 정규시즌 5위(승률 0.444), 2011년 4위(승률 0.526), 2012년 5위(승률 0.488), 2013년 8위(승률 0.408)에 그쳤다. 올해도 7월까지 5~7위권에서 4강 희망을 이어갔으나 8월 이후 패가 늘어나며 49승 66패(승률 0.426)가 됐다. 사실상 4강 진출은 물건너 갔다. KIA는 최하위 한화에 1.5경기 앞서 있지만, 시즌 끝까지 탈꼴찌 경쟁을 벌일 처지다.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다. 특정 감독이 임명됐다고 해서, 혹은 선수 한 두 명이 이탈했다고 해서 상위클래스에 있던 구단이 불과 몇 년 사이에 급격하게 무너지지 않는다. 야구 기술이나 현상만으로는 짚을 수 없는 내재적 균열의 문제도 있다. 현역에서 은퇴한 타이거즈 출신 3명에게 KIA의 추락 이유를 들었다. 그들은 "타이거즈의 몰락은 어느 소수의 탓으로 돌리기 어렵다.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 리더
현재 KIA 선수단에는 해태와 KIA를 포함해 타이거즈에서 데뷔하고 성장한 프랜차이즈 출신 '베테랑'이 거의 없다. 지난해까지 팀의 정신적 리더였던 김상훈(37)과 유동훈(37)은 시즌 중반 은퇴, 코치 전환을 모색 중이다. 2008년 미국에서 복귀한 서재응(37)은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가 있다. 20대까지 외연을 확장해도 마찬가지다. 1군에서 활발하게 경기에 나서는 선수 중 타이거즈에서 입단해 쭉 한 팀에서 활약한 이는 안치홍(24)과 나지완(29) 정도다. 최근 선발 라인업의 선수는 대부분 이적생으로 채워져 있다.
현재 선수단 내 실질적 리더는 주장 이범호(33)와 박기남(33)이다. 이범호는 한화와 일본 소프트뱅크를 거친 뒤 2011년 FA로 KIA에 입단했다. 박기남 역시 LG 출신으로 2009년부터 KIA 유니폼을 입었다. 한 야구 관계자는 "팀을 이끄는 선수들은 보통 30대 초반~중후반의 나이다. 유독 KIA는 이 나이대 선수 중 프랜차이즈 출신이 없다. 이런 부분이 계속 쌓이다 보면, 팀이 갖고 있는 끈끈한 고유 분위기가 약해진다"고 말했다.
타이거즈 출신의 은퇴선수 C 역시 해태와 KIA에 뿌리내린 선수가 없는 것을 지적했다. 그는 "처음부터 그 팀에서 입단한 고참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 KIA에는 후배들을 이끌 프랜차이즈 선수가 거의 없다. FA 선수나 이적생도 열심히 한다. 그러나 성적 말고도 팀을 하나로 모아줄 KIA 출신의 베테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몇명 남지 않은 베테랑을 배려하는 분위기도 아니다. C는 "베테랑들이 팀에서 중심을 잡으려면 혼자서는 어렵다. 그러려면 구단 프런트, 코칭스태프의 지지와 지원이 필요하다. 후배들이 보면 이 선배가 팀에서 신뢰를 받고 있는지 아닌지 안다"고 덧붙였다.
▶ 신뢰
2009년 우승 이후 선수단, 코칭스태프, 감독, 프런트 사이에 약해진 믿음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해태와 KIA를 두루 거친 후 은퇴한 B는 "KIA가 10번째 우승 뒤 쭉 내려왔다. 야구 기술적인 측면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우승 후 논공행상 부분에서 서운함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서운한 감정이 해소되지 않고 쌓이면 오해와 불신으로 번진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 믿고 기다리고, 신뢰를 두텁게 만들어야 하는데 KIA는 이 부분에 다소 소홀했다. B는 "잘 되는 팀은 서로 믿고 기다린다. 하나의 팀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신뢰해야 한다. 자신이 아쉬운 처우를 받더라도 스스로 '그럴 만했다'고 인정하고, 믿고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KIA는 2009년 이후 이 부분에 신경 쓰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코칭스태프와 프런트에서 구단을 떠난 사람들도 제법 있다.
소통 창구의 부재도 지적됐다. 해태 출신인 A는 "이제 위에서 짓눌러도 알아서 뭉치고 살아남기 위해 애쓰던 옛날 타이거즈는 없다. 서로 눈치 보지 말고, 두려움을 갖지 말아야 한다.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또한 프런트도 리더를 믿고 어떻게 오랫동안 힘을 실어줄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부상
KIA는 최근 두 시즌 동안 중심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하며 고전했다. 지난 해에는 개막 엔트리 중 시즌 막바지인 9월까지 경기를 소화한 선수가 이범호, 나지완, 안치홍 등 3명에 불과했다. KIA는 반복되는 부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군 훈련장을 함평에 세우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올해도 부상자가 속출했다. 김선빈은 3번이나 반복된 햄스트링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송은범이 겹간하근 부상으로 팀에서 이탈했다가 복귀했다. 외국인 타자 브렛 필과 김주찬도 경기 도중 부상을 당해 재활군에 다녀왔다. 정규시즌에 한 차례도 나서지 못하고 수술대에 오른 투수도 상당히 많다. 곽정철, 박지훈, 차명진, 한기주가 대표적이다.
타이거즈 출신의 한 야구인은 "재활과 부상 관리 프로그램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감독이나 트레이너의 교체에 따라 변하지 않고 꾸준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는 "주축 선수가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 결국 구단에 손해다. 구단이 선진적인 재활과 부상 예방 프로그램을 도입해, 외부 여건과 상관없이 일관적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