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MLB) 주요 사업에서 배제된 트랙맨(Trackman)이 KBO리그 내 입지를 유지할 수 있을까.
지난해 MLB에선 트래킹 시스템과 관련해 큰 변화가 하나 있었다. 레이더를 사용한 최첨단 트래킹 시스템으로 주목 받았던 트랙맨이 밀려나고 그 자리를 호크하이(Hawk-Eye)가 채운 것이다. MLB는 2015년부터 레이더 방식으로 투구 추적 데이터를 추출한 트랙맨과 카메라 비전 방식의 필드 트래킹 데이터를 제공한 카이론헤고를 결합, 이전에 볼 수 없던 수많은 기록을 스탯캐스트에 공개했다. 이 중 트랙맨은 센세이션한 바람을 일으키며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하지만 정확성과 신뢰 문제에 발목이 잡혔다. MLB 기록 전문 사이트 팬그래프닷컴을 비롯한 현지 매체에 따르면, 트랙맨은 높은 팝업이나 낮은 땅볼처럼 일반적이지 않은 궤도의 타구를 종종 놓쳤다. 레이더 표면에서 수직으로 움직이는 공을 포착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팝업→땅볼→뜬공→라인드라이브 순으로 추적 실패가 일어나기도 했다. 2019년에는 일본인 잠수함 투수 마키타 카즈히사(당시 샌디에이고)의 투구를 다수 추적 실패한 사례가 보고됐다. 레이더의 특성상 라디오 주파수 간섭에 취약하고 날씨(우천) 영향을 받는다는 평가도 있었다. 2016년 8월 '2015년 스탯캐스트는 전체 타구 중 13.4%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매년 문제점이 반복됐다.
결정적인 '사건'은 2019년 4월 12일(한국시간) 발생했다. 보스턴과 토론토의 경기가 열린 펜웨이파크에서 토론토 1루수 로디 텔레스가 3회 오른쪽 펜스를 넘기는 투런 홈런을 때려냈다. 워낙 큼지막한 타구여서 비거리에 관심이 쏠렸다. MLB 스탯캐스트는 텔레스의 홈런 비거리가 505피트(153.9m)라고 발표했다. 이는 1946년 6월 10일 '레전드' 테드 윌리엄스가 쏘아 올린 502피트(153m) 를 넘어선 펜웨이파크 역대 최장거리 홈런포였다. 하지만 '윌리엄스의 홈런보다 비거리가 짧다'는 현장 목격자들의 진술이 이어지자 텔레스가 이날 때려낸 스탯캐스트 홈런 비거리는 현재까지 '공란'으로 남아있다. 트랙맨의 홈런 비거리는 속도와 궤적에 기초해 타구가 방해받지 않고 얼마나 날아갈 수 있는지를 '추정'한다. 실제 계측하는 게 아니어서 이에 따른 한계가 명확하다.
호크아이는 테니스에서 라인아웃을 판정할 때 사용되는 대표적 기술이다. 심판 영상 보조 시스템에도 활용된다. 레이더를 사용한 트랙맨과 달리 광학카메라를 기반으로 한다. MLB 30개 구단은 일찌감치 홈구장에 호크아이를 설치해 시스템을 점검했고 큰 문제 없다는 판단하에 도입을 결정했다. 짧고 강렬했던 트랙맨의 시대가 저물고 호크아이가 새롭게 떠오른 셈이다.
관심이 쏠리는 건 KBO리그 구단의 움직임이다. 'MLB에서 사용하는 시스템'이라는 이유로 국내 대부분의 구단이 고가에도 불구하고 트랙맨을 사용해 왔다. 하지만 트랙맨이 MLB에서 밀려나면서 국내 구단들도 관련 사안을 체크하고 있다. A 구단 단장은 "당장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MLB가 관련 사업을 접었기 때문에 국내 구단도 생각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