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신(27) MBC 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는 초등학교 교사 출신이다. 그는 2011년 수백 대 일의 경쟁을 뚫고 스포츠 아나운서의 길에 들어섰다. 쉽지는 않았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낮밤이 바뀐 생활과 불안정한 미래, 팍팍한 일상이 이어졌다. 그러나 김 아나운서는 “교사를 하며 아이들에게 세상과 연결해주는 통로 역할을 한 것처럼 방송에서 스포츠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야구를 연결하는 통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교사를 포기하고 스포츠 아나운서가 됐다. “요즘 들어 더 ‘선생님 안하고 스포츠 아나운서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20대 중반에 아나운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당시 적은 나이가 아니라 많이 망설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결정을 잘한 것 같다. 한 번뿐인 인생인데 내가 정말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선택했다.”
-야구 아나운서가 오래 할 수 있는 직장은 아닐 텐데. “맞는 말이다. 가늘고 길게 사는 것 대신 짧고 굵게 살겠다는 걸 택한 것 같다. 지금 내 인생의 자서전을 썼을 때 교사로 살았다면 상상도 하지 못할 경험들을 많이 하고 있어서 아쉬움은 없다.”
-아나운서 준비를 한다고 했을 때 가족들 반응은. “반대가 심했다. 외가와 친가 모두 교육자 집안이라 부모님 모두 교사를 하길 바랐다. 스포츠 아나운서, 방송인은 ‘한 때’ 라고 말하며 강하게 반대했다. 그러나 한 번밖에 살지 못하는 내 인생이기 때문에 하고 싶은 걸 하고 싶다고 설득했다. 지금은 그 누구보다도 응원을 많이 하고 지지해주신다.”
-아나운서 일은 어떤가. “참 재미있다. 체력적으로 힘든 것 빼고는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그런 적은 없다. 좋아서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싫증 날 부분이 없는 것 같다. 하루하루 즐겁고 감사하고 매순간 소중하다.”
-스포츠 아나운서를 하면서 달라진 것은. “낮밤이 바뀐 것. 생활패턴이 다르니 친구를 못 만난다. 친구들이 일할 때 나는 잠을 자고 반대로 내가 일 하는 밤 시간에 친구들은 잠을 자니까. 내가 일반인들하고 동떨어져서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학생들에게는 어떤 선생님이었나. “인기가 정말 많았다. 원래 애들을 좋아하는 성격이고, 지나다니는 아이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 한다. 특히 5, 6학년 남자애들한테 인기가 많았다. 그 또래 남자애들을 보면 참 순수해서 무조건 젊고 예쁜 여선생님을 좋아한다. 3학년을 맡았던 시절 등하교 때 매일 아이들을 한 명씩 안아주면서 인사를 했는데 애들이 참 좋아했던 게 기억난다.”
-교사 경력이 아나운서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가. “아이들을 대할 때 생각했던 것들을 선수들을 인터뷰할 때 적용하곤 한다. 예를 들어 애들이 내게 갑자기 퉁명스럽게 대할 때가 있는데 아동심리학적 요인으로 들어가 보면 뭔가 요인이 있다. 그날 아침에 부모님에게 크게 꾸중을 듣거나 자기가 좋아하는 친구에게 나쁜 말을 들었다든지 이유가 숨어 있는데 선수도 똑같다. 인터뷰 하는 선수가 툴툴댈 때 나는 더 깊게 이해하려고 하는 것 같다. 선수가 오늘 아침 무슨 일이 있었나. 아니면 집에 안 좋은 일이 있었나. 성적부진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심한가. 이런 것들을 많이 생각한다.”
-어린 아이 같은 선수는. “두산 정수빈. 툴툴대는 건 아닌데 아기같이 귀여운 것 같다. 왜 누나 팬들과 이모 팬들을 몰고 다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애교도 정말 많다.”
-자신만의 인터뷰 기술은. “방송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쾌활하고 밝은 이미지가 많은데 실제로도 진지한 것보다 유쾌한 걸 좋아해서 선수들과 인터뷰할 때도 웃긴 말을 많이 하려고 하고, 친구 같이 대하려고 한다. 친한 선수들과는 ‘반말로 해’라고 할 때도 있다. 편하게 할 수 있는 인터뷰가 내 장점이다.”
-야구장에 나갈 때 원칙이 있나. “야구장에서 여자아나운서를 바라보는 시선이 많은 게 사실이기에 행동을 조심한다. 더그아웃에서는 친하게 지내는 선수들과도 조용히 얘기하려고 한다. 옷차림도 신경을 많이 쓴다. 치마, 민소매류는 절대 입지 않고 하이힐도 신지 않는다.”
-인터뷰 매너가 좋은 선수는. “이승엽(삼성) 선수는 매너도 좋을뿐더러 대화를 할수록 겸손하면서도 신의가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의리를 지키려는 마음이 많이 느껴진다.”
-자신의 매력 포인트는. “당당한 밝음. 그냥 밝은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내가 가진 밝음 속에는 당당한 자신감이 있다. 가볍게 밝은 모습이라고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나운서로서 느끼는 보람과 고충은. “여중생들이 ‘언니를 보며 아나운서 꿈을 키우고 있어요. 어떻게 해야 될 수 있나요’라고 하면 나는 항상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해준다. 나도 누군가를 보고 꿈을 키웠지만 내가 누군가의 꿈이 됐다는 걸 느낄 때 뿌듯하기도 하고 더 좀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 것 같다. 예전에는 친구들과 호프집에 가서 시끄럽게 술을 먹기도 했는데 지금은 행동을 조심하게 된다. 물건 하나를 반품하고 싶을 때도 내 이름이 특이해서 알지 않을까 해서 ‘이 물건이 조금 이상한 것 같아서요’라는 식으로 최대한 공손하게 말하고, 탁 트여있는 공간에서 화를 잘 못 낸다.”
-삶의 기준이 있다면. “어떤 일을 선택을 할 때 내 마음이 가는 대로 하자는 게 인생의 신조다. 한 번뿐인 내 인생이기에 선택도 내가 하고 책임도 내가 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살아온 게 지금의 김선신이다.”
-다른 취미활동은 없나. “예전에 교사를 할 때는 문화 활동을 좋아해서 퇴근 후에 공연이나 전시회를 보러다니고 맛집도 많이 돌아다녔는데 요즘에는 그럴 시간이 없다. 유일하게 쉬는 날인 월요일에도 잠만 자는 것 같다. 매일 요가 하는 정도가 취미다.”
-남자친구는. “진짜 없다. 만날 수가 없다. 이러다 결혼 못할 것 같다. 30살 훌쩍 넘어서 노처녀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이상형은. “이 일을 하면서 남자를 만날 때 더 신중해졌다. 아나운서의 화려한 모습과 직업을 보고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으면 좋겠고, 나의 바쁜 생활을 더 많이 이해해주고 나를 좀 더 지지해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