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울산문수축구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0' 15라운드 울산 현대와 수원 삼성의 경기. 문제의 장면은 후반 38분 페널티박스 안에서 주니오(울산)가 찬 공이 조성진(수원)의 몸과 팔에 맞은 순간이다. 울산 선수들은 핸드볼 파울이라 주장했지만, 주심은 비디오 판독(VAR) 없이 노 파울을 선언했다. 이는 정심으로 드러났다.
이 장면에 가려진 진짜 문제가 있었다. 전반 36분 페널티박스 안에서 한석희(수원)가 돌파해 들어가면서 박주호(울산)의 발에 걸려 넘어진 장면이다. 주심은 VAR을 확인하고도 노 파울을 결정했다. 대한축구협회(축구협회) 심판위원회의 의견도 같았다. 지난 11일 심판위원회는 브리핑을 열고 "영상을 보면 한석희가 박주호의 발에 걸려 넘어지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정심을 유지한 건 잘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장면에 대한 다른 시각이 존재한다. 축구협회 1급 심판인 A씨는 심판위원회 의견에 반론을 제기했다. 그는 "명백한 파울이다. 경기규칙서 용어로 '조심성 없는 파울'이다. 따라서 오심이다. 나만의 의견이 아니다. 주변 대부분의 심판들이 오심이라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심판위원회는 경기 규칙에서 어떤 부분을 근거로 노 파울을 주장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들은 '영상을 보면 다리가 걸렸는지 알 수 없어 노 파울'이라고 했다. 나 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심판들이 어이없어 했다. VAR도 하지 않았나. 고의가 아니었다고 파울이 아닌 건 아니다. 박스 안에서 치고 들어가는 상황에서 접촉이 일어나 넘어졌다. 고의성이 없다고 해도 파울이다. '조심성 없는 파울'이 맞다고, 오심을 인정했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A씨는 그들만의 논리로 축구계를 속일 수 없다고 일갈했다. 그는 "일반 관중이나 전문적인 심판 교육을 받지 않은 이들이 있다. 일반 축구 팬들이 디테일한 축구 규칙은 몰라도 파울인지, 노 파울인지 정도는 판단할 수 있다. 이 장면은 보편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고 밝혔다.
또 다른 1급 심판 B씨도 이 장면에 대해 "Careless(조심성 없는) 파울"이라고 답했다. 명백한 오심이라는 A씨의 주장에 동의했다.
축구인 출신 전문가 C씨는 "볼에 대한 소유권을 한석희가 계속 가지고 있었고, 박주호에 걸려 넘어지며 다음 동작으로 이어가지 못했던 부분, 박주호가 볼을 건드리지 못해 발이 한석희 사이에 끼어 걸려 넘어진 건 파울이다. 페널티킥이 주어지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이 순간은 승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정적 장면이었다. 페널티킥이 선언됐다면, 수원이 골을 넣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 경기는 0-0 무승부로 끝났다. 수원이 승점 3점을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