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부여라는 대의는 지켰다. 하지만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는 명확한 숙제를 확인한 대회다.
선동열 대표팀 감독이 공식 훈련기간 동안 유독 강조한 두 가지가 있다. 첫 째는 "투수들이 압박감이 큰 경기에서 자신의 공을 던져야 한다"고 것이고, 둘째는 "실수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당부이자 우려였다. 변수가 많은 단기전에서는 정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의미다. 결국 투수진의 '볼질'과 야수진의 세밀하지 못했던 수비는 일본전에서 2연패를 당하는 빌미가 됐다.
대표팀은 8일과 10일 넥센과의 연습경기를 통해 투수들의 실전 감각을 점검했다. 선 감독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가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했다. 공격적인 투구를 요구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공 10개를 던지면 실투가 2개 이상 있으며 안 된다. 현재 대표팀 선수들은 그보다 많다"며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실전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투수들은 정규시즌보다 떨어진 구위를 믿지 못했다. 과감한 투구를 하지 못했다. 손에 익지 않은 공인구 탓에 변화구 구사도 주저했다. 볼넷 남발로 이어졌다. 한국 투수진이 결승전에서 기록한 볼넷은 8개. 실점을 내준 4-6회 모두 볼넷이 있었다. 특히 불펜투수들은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잡는 승부가 드물었다. 볼 2개를 연달아 내주기도 했다. 볼카운트가 불리해지자 승부는 타자의 의도대로 흘렀다. 스트라이크존 안에 넣는 공은 쉽게 공략당했다. 몰린 상황에서 코너워크가 될 리 없었다. 장타 허용으로 이어졌다.
반면 일본은 결승전에서 볼넷을 내주지 않았다. 경기 뒤 선 감독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제구력과 볼카운트 싸움을 꼬집었다. 기본기와 정신력 모두 더욱 탄탄해져야 한다는 숙제를 남겼다.
야수진의 실책성 플레이도 짚어볼 부분이다. 한국은 일본과의 첫 경기에서도 2루수 박민우의 하지 않아도 될 송구 탓에 선취점 내줬다. 내야안타를 허용한 뒤 3루로 향한 주자를 잡기 위해 송구를 했지만 3루수가 공을 파울 지역으로 흘렸다.
결승전에서도 그랬다. 4회말 무사 1루에서 포수 한승택이 우에바야시 세이지의 번트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무리하게 2루 송구를 했다. 공을 잡은 시점에서 주자는 이미 베이스에 가까웠다. 심지어 송구도 짧았다.
이어진 상황에서도 아쉬운 플레이가 나왔다. 선발투수 박세웅이 도노사키 슈타에게 우중간 적시타를 맞았다. 2루 주자는 발이 느린 야마카와 호타카. 하지만 우익수 구자욱은 담장을 맞고 잡은 공을 글러브에서 한 번에 빼지 못했다. 중계 플레이는 지체됐다. 홈에서 주자와 송구는 거의 동시에 들어왔다.
3루수 정현도 1회말 1사 1·2루에서 야마카와의 땅볼 타구를 잡은 뒤 한 번에 공을 빼지 못했다. 1루 주자는 2루에서 잡았지만 타자는 세이프가 됐다. 2회 무사 1·2루에선 1루수 류지혁이 카이 다쿠야의 번트 타구를 잡아 과감한 3루 송구로 아웃을 잡아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공을 더듬었다.
실력 탓이 아니다. "긴장하지 않고 실력대로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던 선동열 감독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친선' 성격이 짙은 대회조차도 경직된 플레이가 잦았다. 경기 뒤 선동열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도쿄 올림픽까지 잘 마치기 위해 준비를 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했다. 감독의 몫이 있고 선수가 극복해야할 몫이 있다. APBC 경험이 어떻게 작용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