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제국(34·LG)의 호투를 보는 팀 동료들은 감탄보다 의문이 앞선다. 상대 타자들이 시속 140km에도 미치지 못하는 공을 공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류제국은 지난 26일 잠실 SK전에서 6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거뒀다. 리그 팀 홈런 1위 SK 타선을 상대로 한 성적이다. 시즌 첫 선발이던 1일 고척 넥센전부터 5경기 연속 선발승을 거뒀다. 평균자책점도 종전 3.52에서 2.79로 낮췄다. 월별 승수도 커리어하이다. "그동안 야구를 하면서 이렇게 잘 풀린 때가 없었다"며 웃었다.
패스트볼 구속은 예년보다 떨어졌다. 136~140km 수준이다. 지난해까지는 140km 대 초반은 찍었다. 제구력이 나쁘진 않지만 두산 유희관, 삼성 윤성환만큼 높은 평가를 받는 투수도 아니다. 하지만 그는 올 시즌 상대한 다섯 팀 모두 7안타 이상 내주지 않았다.
상승세의 원동력은 한층 위력이 더해진 커터다. 류제국은 지난해 후반기부터 경헌호 불펜 코치와 연마한 커터를 주무기로 활용했다. 뉴욕 양키스의 마무리투수던 마리아노 리베라(은퇴)의 주무기로 알려진 구종이다. 우타자 바깥쪽으로 살짝 휘어 들어간다. 슬라이더보다 빠르지만 꺾이는 각도는 작다.
커터도 빠른 구속이 동반돼야 효과적이다. 류제국은 커터의 구속도 130km 대 중반에 그친다. 하지만 차별점이 있다. 공이 꺾이는 타이밍이 좋다. 류제국은 "나도 타자가 아니다 보니 내 공이 어떻게 보이는지 알 수 없다. 동료들도 경기를 보며 의아해 한다. 그때 포수 정상호 선배가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타자의 스윙을 이끌어 낸 뒤 꺾인다'고 설명해준다"고 전했다.
갑자기 공의 궤적이 히팅포인트를 벗어나다 보니 빗맞은 타구를 유도한다. 심지어 그의 커터는 포심 패스트볼과 구속이 비슷하다. 커터도 130km 대 후반까지 찍힌다. 커터 구속이 더 빠를 때도 있다. 타자는 예측 스윙이 어려워진다. 때로는 포심 그립을 잡고 던져도 커터처럼 꺾인다고 한다. 양상문 감독도 "손끝 감각이 워낙 좋은 선수다. 꾸준히 실전에서 활용하면서 위력이 더 좋아진 것 같다"고 했다.
넓어진 스트라이크존도 도움이 됐다. 류제국은 "예전에는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홈플레이트 코너에 던진 공들이 볼 판정을 받았다. 올해는 잡아준다"고 말했다. 26일 SK전 4회초 김동엽과의 승부가 대표적이다. 전날(25일) 홈런을 치며 타격감을 올린 상대 4번 타자를 루킹 삼진으로 잡아냈다. 결정구는 바깥쪽(우타자 기준) 스트라이크존에 걸친 커터였다. 타자에겐 멀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 류제국에게 커터 완성도를 물었다. 그는 "'핀 포인트 제구'는 아직 확신이 없다"며 "그저 가운데로 던진다"며 조심스운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강상수 투수 코치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이제 원하는 대로 제구가 된다고 본다"고 했다. 커터를 장착한 뒤 치른 18경기에서 13승 평균자책점 3.20을 기록했다. 류제국의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