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은 챔피언결정전에서 2연패를 당했다. 1, 2차전 모두 집중력 싸움에서 뒤졌다. 2차전은 먼저 두 세트를 내준 뒤 원점을 만들고도 역전에 실패했다. 5세트 5-5에서 내리 4점을 내주고 말았다. 통합 우승 달성이 불투명하다.
위안은 있었다. 2년 차 임동혁이 이 경기에서 새로운 공격 루트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시즌 총 득점은 42점에 불과하다. 그러나 1라운드에 지명된 유망주다. 지난 11일 OK저축은행전에서 23득점을 기록하며 잠재력을 증명하기도 했다.
임동혁은 챔프전 2차전에서 20득점을 했다. 대한항공 선수 가운데 에이스 정지석(26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했다. 공격 성공률(62.06%)도 높았다.
3세트 초반부터 존재감을 드러냈다. 첫 번째, 두 번째 득점을 퀵오픈으로 책임졌다. 4-2로 앞선 상황에선 강서브가 돋보였다. 에이스 2개를 해냈고,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대한항공은 그의 서브 순번 때 연속 7득점을 해내며 12-2로 앞서갔다.
분위기 전환을 이끈 임동혁은 3세트 20점 이후에도 기세를 올렸다. 연속 오픈 공격으로 득점을 해냈고, 22-11에서는 백어택도 꽂아 넣었다. 세트스코어 0-2으로 뒤지던 대한항공은 3세트를 12점 차 앞선 채 가져가며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기세가 오른 젊은 선수를 4세트에도 기용했다. 임동혁은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4세트 2-1에서 자신이 서브를 한 뒤 수비에 가세해 상대 속공 공격 디그에 성공했고 이어 백어택 공격까지 성공했다. 7-4로 3점 앞선 상황에선 연속 3득점을 해내기도 했다. 상대 추격 기세가 거세던 19-16에서도 터치 아웃 득점을 이끌어 내며 20점 고지 선착을 이끌었다. 팀도 4세트마저 가져갔다.
공격과 서브 범실도 나왔다. 그러나 자신감 있는 공격을 이어 갔다. 5세트는 올 시즌 봄배구에서 또 한 명의 깜짝 스타로 떠오른 현대캐피탈 허수봉(21)과 맞대결이 주목됐다. 허수봉이 터치아웃 득점을 성공하자 곧바로 임동혁도 득점으로 응수했다.
대한항공은 패했지만 임동혁은 빛났다. 경기 기복이 있는 외인 선수 가스파리니를 대체할 수 있는 선수다. 경기 뒤 박 감독도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도 "먼저 두 세트를 잡았지만 공격력이 좋은 임동혁으로 인해 당황했다.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선수다"고 평가했다. 1년 선배 허수봉은 "고교 시절에도 맞대결하던 선수다. 경쟁심이 생긴다"고 했다.
플레이오프에 이어 챔피언결정전에서도 깜짝 활약으로 코트를 뜨겁게 만드는 선수가 나왔다. 임동혁이 3차전에서 어떤 경기력을 보여 줄지에도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