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성적 9승(7패). 2년 연속 10승 달성까지 단 1승만을 남겨둔 유희관(28)이지만, 그는 "10승은 거둬도 좋고, 못하면 어쩔 수 없다. 승수에 욕심을 내기보다 시즌 전에 목표로 삼았던 '로테이션 거르지 않기'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유희관은 두산의 고정 선발진 가운데 유일한 왼손 자원이다. 또 유일하게 선발 로테이션을 시즌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다. 두산은 시즌 초 니퍼트-노경은-유희관-볼스테드-이재우로 이어지는 선발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하지만, 니퍼트와 노경은이 지난 8월 초 각각 부상과 부진을 이유로 2군에 내려갔고, 볼스테드는 방출됐다. 이재우도 현재 2군에 머무르고 있다. 5선발 자리는 매번 상황에 따라 변했고, 결국 로테이션을 지금까지 꾸준히 지켜온 사람은 유희관 뿐이다. 그는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소화해 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부상과 부진없이 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유희관에게 선발 로테이션은 '책임감'으로 바꿔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더 긍정적인 부분은 최근 유희관이 안정적인 경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4월 한 달간 3승·평균자책점 2.04로 승승장구하다가 5월부터 7월까지 15경기 출장해 단 4승(7패)만을 거두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지난해와 비교해 러닝을 적게 한다', '나태해졌다' 등의 모진 말도 들었다.
그러던 그가 8월에 들어 4경기 등판해 2승을 거두며 살아나고 있다. 평균자책점은 1점(1.96)대로 상당히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팀 내 원투펀치인 니퍼트와 노경은이 모두 2군에 내려간 상황에서 첫 등판에 나선 지난 5일 잠실 KIA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팀 분위기 반전에 일등공신 노릇을 했다는 점이 의미있었다. 유희관은 "시즌 초에 성적이 좋다 보니 스스로 안일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있었다. 반성을 많이 했다"면서 "팀이 어려운 시기가 되니까 더 긴장하게 됐다. 그러면서 말 그대로 정신을 차린 것 같다"고 웃었다.
유희관은 경기에서 승리를 하건 패배를 하건 항상 '팀'이라는 단어를 입 버릇처럼 얘기한다. 자신이 잘 던지고 승리를 못 챙겨도 팀이 이기면 "그것만으로 됐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개인보다는 팀을 위하는 선수다. 2년 연속 10승 달성을 앞둔 시점에서도 다를 것이 없다. 유희관은 "지난해 10월5일(LG와 두산의 2위 결정전)같이 피 말리는 승부가 또 펼쳐져도 좋으니까 올해도 팀이 꼭 4강에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