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27일 잠실 LG전에서 3-3으로 맞선 8회 1사 후 왼손 불펜 이명우가 안타와 볼넷을 내줘 1·2루의 위기를 맞았다. 김시진 롯데 감독은 투수 교체를 지시했다. 3루 불펜에서는 마무리 김승회가 걸어나왔다. 9회는 커녕 아직 8회 원아웃 밖에 되지 않았지만, 김 감독은 김승회의 조기 등판을 결정했다. 그의 '힘'을 믿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의 승부수는 적중했다. 김승회는 1⅔이닝 동안 안타 1개만 내주고 무실점을 기록하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순탄치는 않았다. 8회 1사 1·2루에서 이병규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해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았다. 스나이더를 2루수 인필드 플라이아웃으로 잡아낸 뒤 이진영을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실점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승부구는 모두 묵직한 직구였다.
김승회는 9회 선두 타자 채은성을 우익수 뜬공 아웃시켰다. 그러나 손주인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고, 대주자 황목치승의 도루를 막지 못해 1사 2루 위기를 맞았다. 끝내기 위기에 몰렸지만 김승회는 침착했다. 최경철을 7구째 가는 승부 끝에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그리고 백창수를 4구째 커터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김승회는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은 뒤 마운드에서 1~2초 동안 서 있었다. 해냈다는 표정과 함께 언제나 그렇듯 그의 얼굴에는 굵은 땀방울을 흘러내렸다. 롯데는 김승회의 호투를 발판삼아 연장 11회 터진 황재균의 결승 솔로포로 4-3으로 승리하고 5연패에서 탈출했다.
김승회의 등판은 지난 13일 광주 KIA전 이후 2주 만이다. 팀이 전반기 마지막 경기부터 내리 5연패를 당하는 바람에 '개점 휴업' 상태로 지냈다. 연패 중간에는 올스타 휴식기가 있었다. 비록 올스타전에 나서 1이닝을 던졌지만, 휴식 기간 동안 충분히 쉬었다. 김 감독은 2주를 쉰 김승회에게 충분한 '힘'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그에게 1⅔이닝을 맡겼다.
'힘'이 넘친 김승회는 자신감 있는 투구로 LG 타선을 제압했다. 그는 이날 27개의 공을 던졌다. 최고 구속 144㎞를 기록한 직구는 19개 던졌고, 커브는 8개를 구사했다. 직구 비중이 70%로 그만큼 힘에서 자신이 있었다. 상대한 7명의 타자 중 6명의 결정구를 빠른 공으로 선택했다. LG 타자들은 김승회의 직구에 밀린 모습이었다. 본의 아니게 힘을 비축한 김승회의 호투가 연패 탈출의 원동력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