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권(43)은 감금된 경호대장('황후의 품격')을 연기할 때도 중증근무력증 격투기 선수('의사 요한')로 변해도 믿고 보는 배우가 됐다. 이번에는 투수. '스토브리그'에서 맡은 투수 연기는 '저 사람이 실제 야구선수냐'는 반응을 이끌 정도로 완벽했다. 첫 대본 리딩 때도 동료들에게 '야구했어요'라는 말을 들었다.
드라마 전까지 야구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이번 캐릭터로 연예인 야구단까지 가입했다. 역할을 위해 증량했고 레슨도 치밀하게 받아 '선수 같은 배우'라는 타이틀을 따냈다. 그에게 연기란 또 다른 인물처럼 살아보고자 하는 기대고 바람이다.
-요즘 인기를 실감하나. "사실 잘 모르겠다.(웃음) 촬영할 때 빼곤 밖에 잘 안 나가는 편이라서…. 메시지가 많이 온다. 그걸로 체감하는 중이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다는 걸 느낀다."
-결말은 어땠나. "좋았다. 팀 이름처럼 꿈이지 않나. 꼴찌였던 팀이 결승전까지 오르는 게 꿈을 이룬 것이나 다름없다. 배우들의 성적을 그래픽화해 내보내는 모습이 짜릿했다."
-오디션으로 캐스팅됐나. "오디션은 아니고 감독님이 한 번 얼굴 봤으면 좋겠다고 해서 미팅을 했다. '의사 요한'을 봤다고 하면서 강두기 캐릭터를 제안했다."
-원래 야구는 좋아했나. "사실 관심이 없었다. 아들이 키움 히어로즈를 좋아해 조금 관심을 있었는데 그게 전부였다."
-이젠 좀 흥미가 생겼을텐데. "어떤 스포츠를 좋아하냐고 하면 야구다. 이전에는 격투기나 축구를 좋아했는데 이젠 확실히 야구다. 최근 연예인 야구단에 가입했다. 같이 호흡을 맞춘 배우가 레슨 받는 내 모습을 보더니 함께 할 생각이 없냐고 해 가입했다."
-선수 역할 맡으면서 준비한 것도 많을텐데. "처음은 증량이었다. 5kg 가량 찌우고 투수는 상체가 발달돼 있어 벌크업 위주의 운동을 했다. 꾸준히 레슨을 받는데 한계가 있어 사회인 야구단에 슬쩍 참여했다. 꾸준히 연습해 구속이 106~108km까지 나온다."
-부상 당하진 않았나. "염증이 생기고 물이 차 지금 팔꿈치 치료를 받고 있다."
-'내가 돌아왔다' 소리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대본에 쓰인 그대로 멘트였다. 뭔가 당당하게 소리를 칠 거 같았고 그래도 밋밋해 손가락을 들었더니 그 장면이 완성됐다."
-유독 힘든 캐릭터를 많이 했다. "힘은 들지만 재미있다. 남들이 잘 안 하는 것이라 보람도 더 있다. 아직은 신인의 마인드가 있어서 재미있다. 이번엔 좀 투덜대긴했다. 분량도 이렇게 많을 줄 몰랐고 팔이 많이 아팠다. 아내한테 많이 투정부렸다."
-감독이나 작가가 주문했던 사항이 있나. "터미네이터나 로보캅처럼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캐릭터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의로운 모습을 보여줘야하니 어려웠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주문을 받다보니 대사에서 변주를 주기 쉽지 않았다. 로보트같은 감정이지만 대사를 그렇게 할 순 없지 않나. 가장 어려운 캐릭터였다. 대본 보면서 혼자 많은 고민을 했다."
-다른 배우들과 합은 좋았나. "매 작품 좋았지만 이번엔 유독 최고였다. 헤어지기 싫을 정도다. 촬영이 딜레이 돼 기다리는 시간마저 우리에겐 즐거웠다. 그냥 웃고 떠든다. 공 던지고 놀다가 힘들면 앉아서 수다 떨고 그런 패턴이었지만 늘 즐거웠다. 포상 휴가도 우리끼린 전지훈련이라고 표현했다."
-가족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아내가 많이 좋아한다. 고생 많이 한 걸 알아서 그런지 아내를 보면 휴대폰으로 내 이름을 검색하고 있다. 아들도 사람들이 아빠에게 관심 받는 다는 걸 알고 자랑스러워한다. 아직 어려 실제로 격투기나 야구를 잘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다. 아들의 시선이 동기부여가 된다."
-아직 매니지먼트가 없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매니지먼트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운전을 하고 촬영장에 가 다 마치고 나올 땐 술을 마시지 않아도 대리운전을 이용했다. 그 정도로 힘들었다. 조금만 도움을 받는다면 연기에 더 매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차기작은 '펜트하우스'다.
"성악 레슨 강사로 체중을 감량해야한다. 지금껏 보여준 캐릭터와 또 다른 모습으로 찾아갈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있다."
-늦게 시작한만큼 연기에 대한 흥미가 남다를텐데. "다른 캐릭터로 살고 연기하는게 너무 재미있다. 내 스스로 판단해봐도 연기를 정식으로 배우지 않아 섬세하고 영민하게 잘하진 못 하지만 적어도 그 인물처럼 살아보고자 노력한다. 야구선수다 싶어 열심히 했다. 앞으로 어떤 배역을 하게 될 지 기대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
-2020년 계획이 궁금하다. "연초부터 붐업이 됐는데 원래 하던대로 차근차근 가자는 생각이다. 잘 됐다고 들뜨지 말고 현재 위치에서 냉정하게 생각해 한걸음 한걸음 가자는 주의다. 주변에서 연락도 많이 오니 겁도 났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보다 빨라져 당황스럽지만 흔들리지 않으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