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산업 현주소 드러낸 ‘지스타 2013’ ‘생존·희망’의 갈림길



최근 막을 내린 국내 최대의 국제게임전시회인 '지스타'에서 게임계 현주소가 그대로 드러났다. 생존을 얘기해야 할 정도로 어려운 한국 게임의 위기 상황과 함께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다.

올해 지스타는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나흘간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됐다. 올해로 9회째이며 민간으로 이관돼 열리는 2번째 지스타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엔씨소프트와 CJ E&M 넷마블, NHN엔터테인먼트트, 네오위즈게임즈, 위메이드 등 국내 주요 게임회사들이 대거 불참했다.

그러다보니 신작 게임을 찾아볼 수 없었다. 참가 업체 부스의 메인 콘텐트는 신작 게임의 시연대라기보다는 부스걸들이었다. 대신 관람객들은 블리자드 등 외국 업체들의 신작 시연대에 몰렸다. 특히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5번째 확장팩 등 신작 4종의 시연대를 마련한 블리자드 부스에는 지스타 내내 1시간 넘는 기다려야 하는 긴 대기줄이 생겼다.

이번 지스타는 손님(외국 업체)이 주인이 된 셈이다. 이는 국내 게임회사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인기있는 게임인 미국 게임사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다. PC방 점유율이 30~40%대로 국내에서 절대 1위의 온라인게임이다. 토종 게임사들이 롤을 잡아보기 위해 신작을 내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그래서 아예 신작 게임 개발을 포기하고 중국 등 해외 게임을 들여와서 서비스하는 경우가 많다. 실적 부진이 신작 부재를 가져오고 있고 온라인게임 종주국이라고는 말을 들을 정도로 뛰어난 개발 경쟁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한 게임업체 대표는 "지스타가 우리 잔치인데 왜 나가고 싶지 않겠느냐"며 "하지만 지금은 나갈 돈도 없고 내놓을 신작도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게임사의 관계자는 "국내 게임회사가 경쟁력을 잃고 있는데 일부 정치권에서 게임 중독법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게임사들의 불만이 지스타 불참으로 나타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지스타에서는 한국 게임의 희망도 엿볼 수 있었다. 바로 해외에서의 높은 관심이다. 비즈니스관인 B2B관의 한국 업체 부스에는 해외 바이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카카오톡' 서비스사인 카카오의 부스에서는 지스타 첫날부터 3일간 200여건의 상담이 진행됐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이 해외 개발사였다. 이들은 한국 게임회사와의 파트너를 맺고 싶어했으며 노하우도 배우고 싶어했다. 컴투스 B2B관을 찾은 미국 모바일 게임사 kdmcord의 매츠 지트만(27)은 "이번 지스타에서 훌륭한 한국 모바일 게임사와 퍼블리셔를 많이 만났다"며 "이들에게 우리를 알리고 파트너를 맺고 싶다"고 말했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B2B관의 분위기만 보면 한국 게임의 경쟁력과 위상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며 "내년에는 B2B관 열기가 B2C관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오용 기자 bandy@joongang.co.kr
당신이 좋아할 만한정보
AD
브랜드미디어
모아보기
이코노미스트
이데일리
마켓in
팜이데일리
지금 뜨고 있는뉴스
오피니언
행사&비즈니스
HotPho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