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은 조별예선의 '강자'였다.
2015년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이 대표팀 감독 신태용의 첫 조별예선이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본선 출전권이 걸린 대회였다. 3위 안에 들어야 올림픽에 갈 수 있었다.
조별예선에서 신태용팀은 2승1무를 기록했다. 우즈베키스탄에 2-1로 승리한 뒤 예멘을 5-0으로 완파했다.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인 이라크전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8강에 오른 한국은 요르단, 카타르를 연파하고 결승에 진출해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손에 쥐었다. 결승에서 일본에 2-3으로 패배했지만 토너먼트에서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그 다음이 리우 올림픽이었다. 아시아대회가 아닌 세계대회. 역시나 조별예선에서는 '무적'이었다.
신태용팀은 피지를 8-0으로 완파한 뒤 독일과 3-3 무승부를 거뒀다. 그리고 멕시코와 마지막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하며 8강에 올라섰다. 한국은 8강에서 온두라스에 0-1로 졌지만 올림픽 2개 대회 연속 8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올렸다.
그런데 신 감독의 조별예선 '불패 신화'가 무너졌다.
신태용팀은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A조 3차전 잉글랜드와 경기에서 0-1로 패배했다. 이번 패배로 한국은 A조 1위를 잉글랜드에 내주며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그동안 거침없이 달려온 조별예선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이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다. 신 감독의 경쟁력을 다시 한 번 시험해볼 수 있는 무대가 펼쳐진 것이다.
항상 조별예선 무패 행진을 통과해 최고의 흐름과 분위기로 토너먼트를 준비했던 신태용팀이다. 이번엔 다르다. 신 감독이 패배 후 "이번 패배로 선수들이 가라앉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걱정한 이유다.
신 감독이 어떤 리더십으로 선수들의 흐름과 분위기를 끌어올릴지가 관건이다.
또 최고의 흐름 속에 치른 토너먼트라 이 흐름을 이어갈 생각에 집중했다. 강점을 최대한 살리려는데 포커스를 맞췄다. 하지만 첫 패배로 '보완점'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다시 한 번 뒤를 돌아볼 수 있는 '강제적인 시간'이 생긴 것이다. 더욱 냉정해질 수 있다.
신 감독은 "수비 조직력이 흔들렸다. 또 공격 전개를 할 때 아쉬움이 있었다. 수비를 하다 공격으로 나갈 때 역습 부분이 개선돼야 한다"며 단점을 먼저 떠올렸다.
이외에도 '에이스' 이승우와 백승호(이상 바르셀로나)가 없는 상황에서도 승리할 수 있는 법, 선제골을 허용했을 때 역전 승리를 할 수 있는 법, 남은 기간 동안 신 감독이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시행착오'는 사람을 강하게 만든다.
'시행착오'를 잘 활용하는 만큼 더욱 강해질 수 있다. 조별예선에서 '첫 시행착오'를 겪은 신태용팀의 다음이 기대되는 이유다.
수원=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