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찬규는 20일 수원 KT전에서 시즌 10승(9패)을 달성했다. 2018년(11승)에 이어 개인 두 번째로 달성한 두 자릿수 승리. 지난 1일 롯데전부터 14일 롯데전까지 3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올렸지만, 번번이 10승 달성에 실패한 그가 7번째 도전 끝에 거둔 쾌거다.
더군다나 팀의 정규시즌 2위 싸움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한 호투여서 의미가 깊다. LG가 잔여 4경기에 모두 승리하면, 키움·두산·KT의 최종 성적과 관계없이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이 걸린 2위를 확정한다.
20일 경기에서 임찬규는 팀 승리, 개인 10승, 3점대(3.97) 평균자책점 진입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았다. 딱 한 가지를 놓쳤다. 시즌 최종 규정이닝(144이닝) 달성이다. 임찬규는 이날 5⅔이닝을 투구해, 올 시즌 143이닝을 던졌다. LG가 남겨둔 4경기에서 1이닝만 채우면 규정이닝을 달성하고, 4이닝 이상을 소화하면 개인 한 시즌 최다 투구이닝까지 작성할 수 있다. 종전 최다는 2018년 146⅔이닝이었다.
"3점대 평균자책점과 규정이닝 중 더 달성하고 싶은 기록을 골라 달라"는 질문에 임찬규는 주저 없이 "규정이닝"이라고 답했다. 시즌 목표를 묻는 말에 그는 늘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지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남은 경기에서 임찬규의 선발 등판 여부는 미정이다. 23일 KIA전에는 케이시 켈리, 24일 NC전에는 정찬헌이 선발 등판한다. 28일 한화전과 최종전 30일 SK전 선발 투수는 확정되지 않았다. LG의 정규시즌 순위 확정 여부와 이에 따른 포스트시즌 일정을 고려해 결정될 것이다. 류중일 LG 감독은 소속 팀 선수의 기록을 챙겨주는 편이어서, 상황에 따라 임찬규가 구원 투수로 등판할 가능성도 있다.
같은 1이닝이지만, 그의 머릿속에서 지우고 싶은 또 만회하고 싶은 1이닝이 있다. 바로 지난해 포스트시즌의 악몽이다. 임찬규는 지난해 10월 10일 고척돔에서 열린 키움과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 선발 등판해 1이닝 1피안타 1볼넷 2실점 하고 교체됐다. 투구 수는 18개. 벼랑 끝에 몰려있던 LG는 5-10으로 져 가을 야구를 마감했다. 임찬규의 포스트시즌 첫 선발 등판도 조기 종료됐다.
올해는 입지가 다르다. 3선발 차우찬이 부상으로 석 달 가까이 이탈한 가운데, 임찬규가 LG의 국내 에이스로 선발 마운드를 지켰다. 국내 선발 투수 중 유일하게 풀 타임으로 로테이션을 소화했다. LG 국내 선발진 중 다승과 투구 이닝, 탈삼진 등이 가장 많다. 시즌 개막 직전까지 선발 진입조차 불투명했던 그가 반전 드라마를 만든 것이다.
임찬규는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4시간 전력 분석했지만, 4분 던지고 내려온 것 같다"고 농담하며 "올해는 1시간 30분 분석하고, 1시간 30분~2시간 던지도록 하겠다. 전력분석에 투자한 시간 만큼 마운드를 지키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