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축구 WK리그 간판 공격수 박은선(28·서울시청)이 여자축구 대표팀에 컴백한다. 2010년 아시안컵 대비 소집훈련에 참가한 이후 4년 만이다.
윤덕여(53)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은 15일 여자축구 대표팀 23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다음달 베트남에서 열리는 여자 아시안컵에 나설 최종 엔트리다. 이번 대회는 내년 캐나다에서 열리는 여자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을 겸한다. 8개 참가팀 중 5위 이상을 기록해야 월드컵 본선에 갈 수 있다. 한국 여자축구는 2003년 여자 월드컵 이후 월드컵 본선을 밟은 적이 없다.
대표팀은 22일 파주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 소집돼 발을 맞춘 뒤 다음달 11일 베트남으로 건너갈 예정이다. B조에 속한 한국은 미얀마(5월15일)·태국(17일)·중국(19일)을 상대한다.
●'성별 논란' 또 터지나
박은선은 WK리그에서 성별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10월 WK리그 팀들 중 서울시청을 제외한 6개 구단 감독들이 '박은선이 여자가 맞는지 의심스럽다. 성별 진단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지 않으면 2014시즌을 보이콧 하겠다'고 결의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이후 국가인권위원회가 WK리그 감독들의 결의사항에 대해 '성희롱에 해당하는 부당한 요구'라 판정했지만, 논란 진행 과정은 BBC·CNN등 해외 언론에 고스란히 보도됐다.
박은선이 대표팀에 오랜 기간 뽑히지 않은 사실은 성별 논란의 단초가 됐다. 성별 논란을 일으킨 지도자들은 "박은선이 리그에선 최고의 선수인데 왜 대표팀엔 뽑히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과거 중국이 박은선의 성별을 문제 삼으며 트집을 잡은 적이 있다. 2010년 중국에서 열린 여자 아시안컵을 앞두고 상루이화 당시 중국 감독이 "박은선이 아시안컵에 참가하면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성별 검사를 요청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상 감독은 여자 아시안컵 대회 규정 '성별 확인' 항목 중 "여성 선수의 성 검사가 필수는 아니지만, 성별에 대한 의심 가능성이 있는 선수는 AFC가 추가 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조항을 들먹였다. 당시 한국 선수단은 "박은선은 2003년 미국 여자월드컵 출전 경력이 있는 선수다. 성별 검사 요구는 부당하다"며 강하게 항의했지만, 선수단 분위기 침체를 염려해 결국 박은선을 대표팀에서 제외시켰다.
●축구협회,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아시안컵 대회 기간 중 한국의 상대팀이 박은선의 성별 논란을 의도적으로 조장할 경우 선수 자신은 물론, 한국팀 분위기에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 현재 AFC 규정에는 성별 검사와 관련한 구체적인 조항이 없어서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날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애매한 부분이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성별 논란'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을 준비 중이다. 협회의 한 관계자는 "국제축구연맹(FIFA) 성별 확인 규정에 의하면 성별 검사를 요청하기 위해서는 필요성을 입증할 수 있는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면서 "증거 없이 의혹을 제기할 경우 단호하게 대처할 예정이다. 혹여 검사가 필요한 상황이 생긴다면 정해진 절차에 따라 당당히 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축구계의 한 인사는 "FIFA 내에서 선수 성별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논란이 발생한 전례가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최근 성별 논란을 일으킨 육상선수 캐스터 세메냐(남아공)를 다룬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규정이 참고 사례가 될 것"이라 설명했다. 국제육상경기연맹은 국제대회와 관련한 규정 141조(연령 및 성별 그룹) 6항을 통해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여자 선수 또는 남성 호르몬을 과다 보유한 여자 선수에 대해 출전여부 승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규정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