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스페인)의 공격수 리오넬 메시(27·아르헨티나)는 26일(한국시간) 키프로스 네오 GSP 경기장에서 열린 아포엘(키프로스)과의 2014-2015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F조 조별리그 5차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UEFA 챔스 통산 74호골을 기록한 메시는 라울 곤살레스(스페인)가 갖고 있던 최다골 기록(71골)을 넘어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유럽 축구의 역사를 새로 썼지만 메시는 담담했다. 그는 개인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오히려 바르셀로나가 원정에서 4-0으로 이긴 것에 초점을 맞췄다. 바르셀로나는 4승 1패로 2위 자리를 유지해 파리 생제르망(4승 1무)을 바짝 쫓아 1위 탈환의 기회를 남겨놨다.
같은 날 자신이 갖고 있던 챔피언스리그 최고령 득점 기록을 새로 쓴 AS로마의 프렌체스코 토티(38·이탈리아) 역시 비슷한 반응이었다. 그는 CSKA 모스크바(러시아) 원정에서 선제골을 뽑았다. 지난 9월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를 상대로 라이언 긱스(웨일즈)가 갖고 있던 최고령 득점 기록(37년 289일)을 깼던 토티는 자신의 기록을 38년 59일로 새로 바꿨다. 전반 43분 빨랫줄 같은 프리킥을 꽂았는데, 이 역시 최고령이 넣은 직접 프리킥 골이다. 이전 기록은 2011년 긱스가 벤피카(포르투갈) 전에서 프리킥을 성공시키며 보유하고 있었다(35세 305일). 토티는 웃지 않았다. AS로마가 경기 종료 직전 CSKA 모스크바에 동점골을 내주며 1-1로 비겼기 때문이다. 토티는 "동점골 순간 타이슨에게 머리를 얻어 맞은 기분이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AS로마는 1승 2무 2패를 기록해 맨시티와 CSKA모스크바와 같은 승점이 됐다.
유럽 축구 역사를 새로 썼지만 두 선수 모두 기록에 연연하지 않았다. 팀 성적에 더 관심을 많이 가졌다. 매 경기 집중하며 새로운 기록을 써나갔다.
지난 22일 K리그 최고령 출전 기록(44세 7개월 14일)을 새로 쓴 김병지(44·전남)가 밝혔던 비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병지는 매일 똑같은 일상을 살고 있다고 한다. 몸무게도 78㎏에서 변화가 없다. 김병지는 당시 아무도 자신의 기록을 알아주지 않았지만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이란 말이 있다. 우직하게 한 우물을 파는 사람이 산을 옮긴다는 뜻이다. 대기록의 뒤에는 이런 우직함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