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재는 29일(한국시간)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끝난 '2016년 국제체조연맹(FIG) 리듬체조 월드컵'에서 전 종목 메달을 수확하는 기쁨을 누렸다.
개인종합에서는 74.200점으로 개인 최고점을 경신하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종목별 결선에서는 곤봉(18.550점)에서 금메달, 후프(18.650점)와 리본(18.450점)에서 은메달, 그리고 볼(18.550점)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출전한 모든 종목에서 메달을 따낸 손연재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청신호를 켰다.
이처럼 꾸준한 상승세로 올림픽 첫 메달 가능성에 한 발 더 다가 선 손연재. 소피아월드컵에서 그가 보여준 올림픽 희망, 그리고 실질적인 '메달 라이벌'이 누가 될 지 올림픽을 두 달 남짓 앞둔 지금 꼼꼼히 짚어본다.
◇금·은메달은 러시아 '집안 싸움'?
리듬체조는 하계올림픽의 '꽃'으로 불린다. 오는 8월 개막하는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도 리듬체조는 대회 종반(19일~21일)을 장식할 예정이다.
여자 리듬체조에는 개인종합과 단체전에 두 개의 메달이 걸려 있다. 사실상 두 부문 모두 '리듬체조 강국' 러시아가 금메달을 휩쓸 것은 자명하다. 특히 리듬체조 개인종합의 경우 금메달과 은메달의 색깔은 러시아의 '집안 싸움'이 될 전망이다.
2012 런던올림픽까지 리듬체조 '여제' 자리를 지켰던 러시아의 예브게니아 카나예바(26)가 은퇴했기 때문이다. 카나예바는 2008년 베이징 대회, 2012년 런던 대회에서 사상 첫 리듬체조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고 화려하게 은퇴했다. 그가 은퇴한 뒤 열리는 첫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건 '여제' 자리를 계승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는 '리듬체조 강국' 러시아의 쌍두마차 야나 쿠드랍체바(19)와 마르가리타 마문(21)이다. 세계선수권대회 3연패에 빛나는 쿠드랍체바는 앞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린 4차 월드컵에서 전관왕에 오르며 절정의 기량을 선보였고, 마문 역시 민스크(벨라루스) 월드컵에서 전관왕을 달성해 맞불을 놓았다.
FIG도 "쿠드랍체바는 리듬체조 여왕에 올랐고 마문은 그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라며 두 선수의 기량을 절찬했다.
이처럼 마문과 쿠드랍체바가 금, 은메달을 나눠가질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자연히 관심은 남은 한 개의 메달로 쏠린다. 포디움(시상대)에 오를 수 있는 마지막 한 자리인 만큼 동메달을 둘러싼 싸움도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바로 이 '동메달 전쟁'이 손연재가 도전해야 할 무대다.
◇'동메달을 노려라' 손연재vs리자트디노바
손연재는 2012년 런던 대회에서 개인종합 5위에 오르며 한국은 물론이고 아시아 리듬체조의 역사를 새로 썼다. 당시 손연재가 기록한 점수는 종합 111.475점으로, 3위 류보프 차르카시나(벨라루스·111.700점)와는 불과 0.225점 차이였다. 리듬체조 변방국에서 거둔 성적으로는 나무랄 데가 없었다.
하지만 올림픽이라는 최고의 무대에서 가능성을 본 손연재는 더 큰 꿈을 향해 도전을 시작했다. 일찌감치 4년 뒤 리우 올림픽 메달권 입상을 목표로 잡은 손연재는 매 시즌 장점은 강화하고 단점은 보완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지난 3년간 발전을 거듭한 결과 올림픽 시즌인 올해 올림픽 청신호를 연달아 밝히고 있다.
시즌 첫 대회였던 모스크바 그랑프리에서 72.964점으로 종전 자신의 개인 최고점(72.800점)을 경신하더니, 에스포 월드컵(73.550점)과 페사로 월드컵(73.900점)에서 점수를 더욱 끌어올렸다. 그 결과 소피아 월드컵에서는 처음으로 74점대에 진입하며 올해 들어 네 번째로 개인 최고점을 갈아치웠다.
그가 강세를 보여왔던 후프뿐만 아니라 리본 등 4개 종목 모두 18점대 중반을 넘어선 것도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시즌 전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체력을 강화한 점 역시 손연재의 진화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손연재가 100%까지 자신을 끌어올린다 해도 동메달 획득을 확신하기는 어렵다.
'라이벌' 안나 리자트디노바(23·우크라이나)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알리나 막시멘코(25)의 뒤를 이어 우크라이나 리듬체조의 에이스로 떠오른 리자트디노바는 2012년 대회 당시 개인종합 10위에 그쳤다. 하지만 특유의 안정감과 깨끗한 연기를 무기로 상승세를 타면서 국제무대마다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상승세만 보자면 손연재 그 이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캐나다 일간지 '내셔널 포스트'는 "쿠드랍체바와 마문 다음 자리를 두고 멜라니타 스타니우타(23·벨라루스)와 리자트디노바가 경쟁할 것"이라 예상하기도 했다.
스타니우타는 올 시즌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한 발 뒤로 처졌지만 리자트디노바는 다르다. 지금까지의 성적만 두고 본다면 리자트디노바는 손연재보다 한 수 위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올 시즌의 경우 에스포 월드컵에서 손연재(2위)에 밀려 개인종합 3위에 그친 것을 제외하면 월드컵 시리즈 4개 대회에서 모두 손연재를 제쳤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리자트디노바와 손연재의 점수차가 이번 소피아 월드컵에서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개인종합 은메달을 딴 리자트디노바(74.250점)의 점수는 손연재와 0.05점 차이였다.
손연재의 '리우 희망'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완성도 높은 연기, 흔들림 없는 체력, 그리고 '상대의 실수'라는 운까지 따라줘야한다. 쉽지 않은 목표지만 눈앞의 라이벌 리자트디노바를 넘지 못하면 메달의 꿈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