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갈량' 염경엽(46) 넥센 감독이 3차전을 대비해 꺼내든 회심의 카드가 승리로 연결됐다.
넥센은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선발 투수 오재영의 호투와 5회에만 4득점을 올린 타선의 집중력을 앞세워 6-2로 승리했다. 이로써 넥센은 1승만 더 챙기면 창단 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게 된다.
경기 전날 밤새 한숨도 못 자다 아침 7시에서야 잠을 이뤘다는 염경엽 감독이다. 선발 라인업과 투수 운용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고민은 좋은 결과로 돌아왔다. 2번 타순에 투입한 비니 로티노가 활발한 공격력을 보여줬고, 7번 타자로 나선 이택근도 지난 2경기 침묵을 깨고 하위 타선에 무게감을 더했다. 끊기지 않는 타선의 활약이 5회 빅이닝을 만들며 상대 선발 리오단을 강판시킬 수 있었다.
마운드에서는 작은 배려가 돋보였다. 8회 마운드에 오른 조상우가 또다시 아웃 카운트를 잡지 못하고 흔들리자 직접 마운드에 올라가 그를 진정시켰다. 염 감독의 수와 배려가 중요한 3차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경기 후 염경엽 감독은 "박병호의 파울 타구 호수비가 좋은 흐름을 가져가도록 해줬다"며 승리 포인트를 집었다.
- 중요한 3차전을 잡았다 이날 경기 총평을 한다면.
"우선 팬들에게 감사 드린다. 3루 쪽 관중석을 빨리 채워주셔서 힘을 내 어려운 경기를 이길 수 있었다. 오재영이 전반적으로 잘 던져줬지만 5회 위기에서 어려운 파울 타구를 잡아낸 박병호의 호수비가 결정적이었다. 오재영이 한 이닝 더 던지는 여부가 경기 운영에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었는데 경기를 편하게 갈 수 있도록 했다. 필승조 투수들도 모두 무난했다. 타선에서는 이택근 선수가 연결고리가 잘 돼 줬고, 이성열과 박동원이 해결사 역할을 잘 해줬다. 또 홈런 2방이 전체적인 좋은 흐름을 가져갈 수 있도록 도와 승리에 큰 기여를 했다고 본다."
- 결과적으로 타순 변경이 성공을 거뒀다. "타순을 바꾼 것이 조금은 경기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로티노가 너무 잘해줬다. 공을 잘보고 출루해 기회를 만들었다. 하위 타순에 이택근이 들어가면서 짜임새도 생겼다. 상대도 부담이 되는 타순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잘 해준 덕분이다. 내일도 오늘과 똑같이 간다."
-직접 마운드에 올라가서 조상우와 대화했다. "5점 차이기 때문에 편하게 하라고 이야기해줬다. 한, 두 점 정도는 내줘도 되니까 어렵게 하지 말고 편안하게 던지라고 말해줬다."
-박병호의 컨디션은 어떻게 보는가.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그러나 박병호한테 지난해 포스트시즌에도 모두의 기억에 남는 것은 너의 기록이 아니라 5차전 9회 말에 터진 동점 홈런이다. 한 경기의 기록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남은 시리즈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면 그게 기억에 남을 뿐이니 지난 경기를 잊으라고 이야기해줬다. 전체적인 타격 페이스도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 잘 해줄 거라고 믿는다."
-가장 어려운 경기라고 했는데 고비를 넘겼다. "일단 유리한 조건이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마음 먹은 대로 다 되는 것이 아니다. 이 경기가 끝났으니 또다시 끊어서 생각한다. 내일 경기를 이길 수 있도록 새로운 마음을 갖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