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PO) 3차전에서 나온 LG 중견수 안익훈의 '슈퍼 캐치'는 시리즈 하이라이트 장면 중 하나였다.
1-1로 맞선 연장 11회초 2사 1·2루서 우중간을 가르는 타구를 잽싸게 달려가 백핸드로 잡아냈고 이닝을 끝냈다. 안익훈은 환호했지만 타구를 때려 낸 나성범은 고개를 숙였다. 타구가 잡히자 헬멧을 그라운드로 내동댕이쳤다. 평소 점잖은 성격의 나성범이다.
NC의 한국시리즈(KS) 진출이 확정된 뒤 나성범에게 그 상황을 물었다. 나성범은 "그 장면을 많이 돌려 봤다. 헬멧이 부셔졌다. 프로답지 않은 행동이라 후회가 된다. 순간적으로 너무 흥분했다"고 말했다.
정규 시즌 막판 타격 감각이 떨어져 고생했던 나성범이었다. 슬럼프는 포스트시즌에서도 이어졌다. PO 4경기에서 타율 0.167(18타수 3안타)에 그쳤다. 안타 3개가 모두 단타. 그래서 장타율도 타율과 같은 0.167이다. 안익훈의 '슈퍼 캐치'가 나왔던 3차전까지는 13타수 1안타(0.077)였다. 나성범은 프로야구 4시즌 통산 타율 0.305에 장타율 0.520을 기록한 강타자다.
김경문 NC 감독이 PO에서 꼽은 타선의 키 플레이어였지만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했다. PO 2차전에선 외야 타구를 더듬어 주자를 3루까지 내보내는 실책까지 저질렀다. 나성범은 " 그동안 중요한 득점권 기회에서 공을 치지 못해 나 자신에게 화가 많이 났다. 수비할 때도 신경이 쓰였다"고 돌아봤다.
PO 막판 바닥을 쳤던 타격감은 4차전에서 터닝 포인트를 맞았다. 16타수 1안타까지 부진이 이어졌지만, 마지막 두 타석에서 모두 안타를 기록했다. 그는 "타이밍이 맞았다. (안타가 나온 상황이) 점수 차는 있었지만 마지막에 잘 맞아서 자신감이 생기는 계기가 될 것 같다" 며 웃었다. 오랜만에 보는 웃음이었다.
이어 " 우리팀이 정규 시즌에는 강한데 큰 무대에선 약했다. 올 시즌에도 주위에서 다들 우승 후보라고 했지만, 우리 선수들은 물음표를 갖고 시즌을 시작했다" 며 "올해도 이재학이 엔트리에서 빠져 100% 전력이 아닌 상태로 경기를 치렀다. '잘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있었지만 감독님이 '있는 대로 준비하겠다'고 했다. 선수들도 모든 실력을 발휘하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데뷔 첫 KS 무대를 밟게 된 나성범은 여전히 NC 타선의 '핵'이다. 올 시즌 두산전에서 타율 0.291(55타수 16안타)·1홈런·6타점을 기록했다. 출루율(0.451)과 장타율(0.436)을 합한 OPS가 0.887다. 그는 "두산에는 좋은 투수가 많다. 선발이 강한 팀"이라며 "투수를 괴롭히고 경기를 해결하는 역할을 맡아야 할 것 같다. PO에선 못 쳤지만 결정적일 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