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 한중전 '빅매치'를 앞두고 서울월드컵경기장이 뜨겁게 예열 중이다. 원래대로라면 중국전에 '빅매치'라는 수식어를 붙인다는 것 자체가 자존심 상할만한 일이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이 역대 최다 규모 원정 응원단을 파견해 상암벌을 안방처럼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열린 A매치 경기에서 가장 많은 원정팬이 찾은 경기는 지난 1997년 11월 열린 프랑스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일본전이다.
일본 대표팀 서포터즈인 '울트라 닛폰'을 비롯해 일본 축구팬 1만여 명이 서울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린 한일전을 찾아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원정석에서 1만여 외국 관중이 자국팀을 응원하는 모습은 그 이후로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일본이 세운 이 기록은 이번 한중전에서 깨질 전망이다.
중국축구협회는 한국전을 시작으로 최종예선 기간 내내 중국 대표팀 서포터즈인 '추미'와 함께 대대적인 원정 응원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2013년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결승 1차전 FC 서울과 광저우 헝다의 경기에 8000여명의 중국 팬들이 서울월드컵경기장 원정 응원석을 채운 적도 있다. 평일 저녁이지만 상암벌을 지키기 위해 직관에 나서자는 축구팬들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한국 축구팬들이 중국 원정 응원단에 맞서 경기장을 찾는다면 오랜만에 서울월드컵경기장이 매진될 가능성도 높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이 마지막으로 매진된 건 2013년 10월 12일 열린 브라질과의 친선경기였다. 네이마르(24)·헐크(30)·오스카(25)·다니 알베스(33)·마르셀루(28) 등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는 슈퍼스타들이 총출동한 덕분에 티켓이 동이 났다. 당시 6만5308명의 관중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았고, 이 숫자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지어진 2001년 11월 10일 이후 역대 최다 관중 기록 2위를 차지했다.
1위 기록은 6만5625명으로, 2002년 열린 한일월드컵 준결승 독일과의 경기에서 나왔다.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의 월드컵 4강 진출이라는 쾌거에 들뜬 국민들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가득 채웠기 때문이다. 공동 3위는 2006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열린 세네갈-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친선경기 2연전에서 나왔다. 두 경기 모두 6만4836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당시 대표팀을 이끌던 딕 아드보카트(69) 감독은 이란전, 앙골라전 등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6번의 친선경기 중 4경기서 6만 관중을 동원하며 흥행 보증수표로 손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표팀 경기가 6만 관중을 기록한 적은 거의 없다. 서울이 아닌 수도권이나 대전, 천안 등 지방에서 A매치가 많이 열렸기 때문이다. 한중전을 맞아 서울월드컵경기장이 매진 기록으로 축구 열기를 되살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번 한중전에서 판매될 티켓은 총 6만4527장으로 이중 이미 절반 이상의 티켓이 판매됐다. 오랜만에 6만 관중으로 가득찬 축구장의 모습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