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전에서 나온 극적인 1m 짜리 우승 버디…. 승부는 이렇게 끝이 났다. 또 한명의 '골프 신데렐라'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올해 국내 여자 골프 무대에서 시즌 3승을 거두며 '슈퍼루키'로 급부상한 백규정(19·CJ오쇼핑)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하나·외환 챔피언십에서 연장전 끝에 우승했다.
지난 15일에 있었던 프로암 날 생일이었다는 백규정은 "작년에는 2부 투어에서 생일을 맞아 우울했지만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기쁘다"며 "전반에 스코어가 차이가 많이 났기 때문에 즐기려고 했다. 그게 연장으로 갈 수 있었던 다섯 홀 연속 버디(11~15번홀)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5홀 연속 버디는 백규정 골프에서 처음 있는 기록이다. 또 그는 올 시즌 상금으로만 8억 잭팟을 터트렸다.
19일(한국시간)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 골프장 오션코스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 5언더파 공동선두로 출발한 백규정은 이날 전반 9홀에서 버디 1개, 보기 1개로 스코어를 줄이지 못해 패색이 짙었다. 앞서 가던 전인지(20·하이트진로)에게 오히려 3타나 뒤졌다. 그러나 이후 5홀 연속 버디로 5타를 줄여 최종합계 10언더파로 전인지, 브리타니 린시컴(29·미국)과 동타를 이뤄 연장전에 돌입한 뒤 버디로 승부를 냈다.
첫 출전한 백규정은 이로써 2003년 안시현, 2005년 이지영, 2006년 홍진주에 이어 8년 만에 이 대회에서 네 번째로 LPGA 투어에 직행하는 비회원 챔피언이 됐다. 앞으로 2년 간 LPGA 투어에서 활동할 수 있는 시드권도 확보했다. 우승상금 30만달러(약 3억2000만원).
18번홀(파5)에 벌어진 연장전. 먼저 린시컴이 세 번째 샷을 핀 1.3m에 붙이며 압박했다. 긴장감을 억누르지 못했던 전인지의 샷은 그린 오른쪽 측면에 맞고 워터해저드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배짱이 좋은 백규정은 세 번째 샷을 린시컴보다 더 가까깝게 1.2m 떨어뜨렸다. 전인지는 사실상 우승에 탈락했고, 린시컴은 버디 퍼트를 놓쳤다. 백규정은 흔들리 않고 당차게 볼을 홀 가운데 밀어넣었다. 그는 "'연장 때 지더라도 자신 있게 치자'라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백규정은 올해 국내 여자 골프 무대 루키로 3승을 차지하며 시즌 4승의 김효주(19·롯데)과 함께 2파전의 양대축을 구축하며 인기몰이를 해왔다. 그는 이 대회 전까지 국내에서 획득한 시즌 상금 4억9000만원과 이 대회 우승상금 3억2000만원을 합치면 8억1000만원으로 '10억대 상금 소녀' 김효주(19·롯데)에 이어 8억대의 잭팟을 터트렸다.
새색시 박인비(26·KB금융그룹)은 최종합계 9언더파를 기록했지만 1타가 모자라서 연장전에 합류하지 못하고 단독 4위에 만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