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물도 아니다. 이쯤되면 똥물이다. 작품에 대한 예의는 사라진지 오래다. '문라이트'도, '라라랜드'도 마냥 기쁨을 만끽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 밤이다.
26일(현지시간)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개최된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이 번복되는 희대의 해프닝이 발생하면서 오스카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라라랜드'와 '문라이트'는 개봉 하자마자 전세계 영화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작품으로 주목 받았다.
꿈을 꾸는 예술가들이 많은 도시 LA의 별명 '라라랜드'는 배우 지망생 여자와 재즈 음악가를 꿈꾸는 남자의 러브 스토리를 중심으로 뮤지컬 영화로써 강점을 최대한 살려내며 관객들을 판타지의 세계로 초대했다. 각본·연출은 물론 영상미·음악·주연 배우들의 연기와 댄스 등 '라라랜드'는 모든 면에서 극찬 받았고,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14개 후보에 노미네이트 되며 최고의 화제작임을 입증시켰다.
아카데미 직전까지 165관왕을 수상한 '문라이트'는 미국 마이애미를 배경으로 3명의 배우가 한 흑인 소년의 성장과정을 그려낸 영화로, 톱스타 없는 저예산영화이자, 흑인과 성소수자를 다룬 작품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흑인 감독이 흑인 배우들을 기용해 만들어낸 '문라이트'는 할리우드의 비주류, 흑인에 동성애를 전면에 내세우며 지난해 백인잔치 논란을 빚었던 아카데미를 자극한 작품이기도 하다.
때문에 어떤 작품이 수상하더라도 납득이 갈 만한 상황이었고 기꺼이 축하해 줄 수 있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은 해프닝이라 말하기에도 낯부끄러운 작품상 호명 번복이라는 실수로 '라라랜드'와 '문라이트' 모두에게 민망함을 안겼다.
'라라랜드'는 수상소감을 말하는 와중에 트로피를 다른 팀에게 건네야 하는 굴욕을 맛 봤고, '문라이트'는 의미있는 작품상을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받아야 했다. 특히 '문라이트'는 흑인이 중심이 된 작품이기 때문에 더욱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었지만 그 절호의 찬스를 자신들을 선택해준 아카데미로 인해 날려야 했다.
물론 역사는 '문라이트'를 작품상으로 기억하겠지만 실수 역시 함께 기억되고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 팬들은 직접 보고도 믿기지 않는 사건에 오스카를 향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제89회 아카데미시상식' 수상자(작) 작품상: '문라이트' 남우주연상: 케이시 애플렉(맨체스터 바이 더 씨) 여우주연상: 엠마 스톤('라라랜드') 남우조연상: 메허샬레하쉬바즈 엘리('문라이트') 여우조연상: 비올라 데이비스('펜스') 감독상: 다미엔 차젤레('라라랜드') 각본상: 케네스 로너건('맨체스터 바이 더 씨') 각색상: 배리 젠킨스('문라이트') 촬영상: 라이너스 산드그렌('라라랜드') 미술상: 데이빗 와스코('라라랜드') 의상상: 콜린 앳우드('신비한 동물사전') 편집상: 존 길버트('핵소 고지') 시각효과상: 로버트 르가토 외 3명('정글북') 분장상: 크리스토퍼 알렌 넬슨 외 2명('수어사이드 스쿼드') 주제가상: City Of Stars('라라랜드') 음악상: 저스틴 허위츠('라라랜드') 외국영화상: 아쉬가르 파라디('세일즈 맨') 단편영화작품상: 크리스토프 데아크('싱') 단편애니메이션작품상: 앨런 바릴라로('파이퍼') 장편애니메이션작품상: 바이론 하워드 외 1명 ('주토피아') 단편다큐멘터리상: 올란도 폰 아인지델('더 화이트 헬멧츠') 장편다큐멘터리상: 에즈라 에델만('O.J.: 메이드 인 아메리카') 음향효과상: 케빈 오코넬('핵소 고지') 음향편집상: 실뱅 벨레마르('컨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