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군함도(류승완 감독)'에서 위안부 피해자 말년을 연기한 이정현은 2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극중 로맨스 아닌 로맨스 호흡을 맞춘 소지섭을 언급하며 "누구보다 완벽하게 준비돼 있었던 파트너라 어려운 점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에서 '강인한 조선 여인' 말년으로 분한 이정현은 당시 피해 상황을 사실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36.5kg까지 체중을 감량하는가 하면, 5kg에 육박하는 총을 들고 탈출 액션의 총격신을 직접 소화하는 등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조선의 주먹 최칠성을 연기한 소지섭과 애틋한 연민을 느끼는 관계로 둘 만의 스토리를 따로 만들어냈다.
이정현은 "난 '슛' 하면 말년이 되는데 지섭 오빠는 이미 칠성이 된 상태에서 촬영에 임했다. 어떤 배우들보다 캐릭터 변환이 빨랐다. 현장에서 태도가 좋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는데 상상 그 이상이었다. 연기가 잘 나올 수 밖에 없을 만큼 오빠가 많이 도와주고 이끌어줬다. 진짜 고맙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두 사람의 로맨스만 따로 보고 싶다'는 반응도 있더라"고 하자 "류승완 감독님에게 말씀 좀 해 달라"며 꺄르르 웃은 이정현은 "연기할 땐 어떤 사랑 보다는 연민과 동질감을 느꼈던 것 같다"며 "여자 스태프들이 워낙 지섭 오빠와 지섭 오빠 캐릭터를 좋아했다. 특히 과일을 던져주는 빨래터 신에서는 다 소리지르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귀띔했다.
"류승완 감독에게도 멜로 피가 흐르는 것 같다"는 말에는 "그런 것 같다"며 동조하더니 "감독님이 얼마나 디테일하냐면 칠성이가 말년에게 던진 과일들이 정력에 좋은 과일들이라고 하더라. 용과와 비파열매였다. 구하기도 어려운데 그런 세팅까지 완벽하게 하신 것이다. 나도 최근에 들었다. 칠성이 과일이 그렇게 섹시한 줄 몰랐다. 섹시한 과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정현은 "지섭 오빠와 촬영은 NG도 없었다. 리허설도 안 했다. 오빠가 칠성 그 자체니까 나도 자연스럽게 말년이 됐던 것 같다. '좀 부족한가?' 싶으면 감독님이 OK 사인을 주셨다. 대부분의 신이 한 두번에 OK 된 컷들이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군함도'는 일제 강점기, 일본 군함도(하시마, 군함 모양을 닮아 군함도라 불림)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26일 개봉해 단 하루만에 96만 명을 동원(스크린 2027개), 역대 최고 오프닝 신기록을 수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