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전을 앞두고 한국 축구팬들에게 가장 큰 관심을 끄는 두 팀의 경기가 있다. 하나는 당연히 한국 대표팀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C조 3전 전승,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1차전 필리핀전(1-0 승)과 2차전 키르기스스탄전(1-0)에서는 답답한 모습을 드러냈지만 3차전 중국전에서는 시원하게 2-0 승리를 챙겼다.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의 합류로 더욱 막강해진 한국은 1960년 한국 대회 이후 59년 만에 우승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국은 오는 22일 중동의 '복병' 바레인과 16강전을 치른다.
한국 축구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또 다른 한 팀, 바로 '베트남 대표팀'이다.
베트남이 한국 축구팬들의 지지와 응원을 받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핵심은 베트남 대표팀의 수장의 존재다. '박항서' 감독이다.
박 감독은 베트남의 '국민 영웅'이다.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그리고 스즈키컵 우승까지, 베트남 축구 역사상 가장 뜨거운 열기 중심에 박 감독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런 베트남이 아시안컵에 출전했다. D조 1차전에서 이라크에 2-3 패배, 2차전에서 이란에 0-2로 패배했다. 하지만 베트남은 포기하지 않았다. 3차전에서 예멘을 2-0으로 잡았고, 페어플레이 점수에 앞서 극적으로 16강에 합류했다.
2연패를 당하자 일각에서 '박항서 매직'이 끝났다고 평가했지만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지금 베트남이 아시안컵에서 어디까지 올라갈지 아무도 모른다.
한국 축구팬들이 박항서 매직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다. 그는 UAE 아시안컵에 출전한 24개국 지도자 중 유일한 '한국인' 감독이다.
한국 대표팀은 포르투갈 국적의 벤투 감독이 맡고 있고, 나머지 22개국에도 한국 국적을 가진 지도자는 없다. 이는 한국 축구팬들이 베트남을 지지하는 결정적 이유다.
한국 감독이 외국에서 이토록 성공한 사례는 한국 축구 역사상 없었다. 박 감독이 최초의 길을 걷고 있다. 처음은 언제나 어려운 법이다. 실패할 확률이 크다. 그 최초의 길을 열기 위해 수많은 시련과 고통을 감내하고, 또 극복하며 지금의 베트남 축구를 만든 그의 열정과 노력을 응원하는 것이다.
그는 한국 축구의 자랑이자 자긍심이다. 한국 축구의 발전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축구 전체적인 발전을 위해 선수들만 성장해서는 안 된다. 지도자도 동반 성장해야 더욱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지도자 박 감독의 행보는 분명 한국 축구 발전에 큰 역학을 하고 있다.
박 감독이 아시아 최고의 무대, '아시아의 월드컵'에 초대된 유일한 한국 국적 감독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월드컵 등 메이저대회에서 그 국가의 축구 위상을 설명하는데 얼마나 많은 지도자들이 외국 대표팀을 지도하고 있느냐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자국 감독이 아닌 외국 감독을 선임하는 이유는 선진 축구를 배우기 위함이다. 외국인 감독의 국가의 선진성을 인정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메이저대회 대표팀 감독으로 자국 국가 출신 감독이 많을수록 축구의 위상은 올라간다. 세계적으로 독일 감독과 스페인 감독 등이 대세를 이룬 것이 역시 이런 현상의 일부분이다. 지난 2018 러시아월드컵 감독 최다 배출 국가는 아르헨티나(4명) 스페인(3명) 순이다.
한국 축구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아시안컵이라는 메이저대회에 더 많은 한국 국적의 지도자가 참가해야 한다. 박 감독을 시작으로 다음 아시안컵에는 더 많은 한국인 지도자가 탄생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 지도자 숫자가 늘어날수록 한국 축구의 위상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박 감독은 20일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2019 UAE 아시안컵 16강 요르단과 일전을 펼친다. 베트남이 모든 부분에서 불리하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도 체력적인 부분에서도 열세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박 감독은 포기하지 않는다.
경기 하루 전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 감독은 요르단전 필승 각오를 밝혔다.
그는 "스즈키컵을 위해 모여 훈련하고 경기하고 UAE로 바로왔다. 3개월 가까이 흘렀다. 육체적으로 피곤하다. 정신적 피로도 있다. 나도 느끼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선수들의 정신을 무장시킬 수 있도록 노력 할 것이다. 쉽지 않은 경기지만 우리의 장점이 있다. 그 장점을 최대한 살릴 것이다. 어느 팀이든 완벽한 팀은 없다. 우리도 계속적으로 비디오를 분석하고 있다. 잘 준비해서 멋있는 싸움을 해보겠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박 감독은 자신에게 큰 지지를 보내고 있는 한국 축구팬들을 위해서라도 승리를 노리겠다는 진심을 표현했다.
그는 "베트남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내 조국은 대한민국이다. 한국 축구팬들이 항상 많은 관심을 가져줘 굉장히 감사드린다. 책임감도 무겁다. 책임감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길이 내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수많은 한국 축구팬들이 베트남의 승리를 기다리고 있다. 베트남이 더 높이 올라가고, 박 감독이 또 하나의 역사를 썼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이토록 간절히 응원하는 이유, '박항서 매직'이 곧 한국 축구의 자긍심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