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컵 대회 기간 중 ‘쌀딩크’ 박항서(59)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을 공개 비난해 논란을 빚은 미얀마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미얀마축구협회(MFF)는 14일 홈페이지를 통해 독일 출신의 안토니 헤이 축구대표팀 감독이 사령탑에서 물러났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5월 미얀마축구협회와 대표팀 감독 계약을 맺은 이후 7개월 만이다.
원인은 성적 부진이다. MFF는 “헤이 감독이 대표팀을 이끄는 동안 팀과 선수의 경쟁력을 끌어올린 부분을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중요한 목표였던 스즈키컵에서 충분한 성적을 내지 못한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중도 해임의 배경을 설명했다.
헤이 감독은 지난달 20일 베트남과 치른 스즈키컵 조별리그 3차전을 0-0으로 마친 뒤 SNS에 박항서 감독을 비난하는 글을 올려 논란을 낳았다. 당시 베트남은 손쉬운 승리를 예상했던 미얀마를 상대로 무득점하며 조 2위로 내려앉았다.
이날 경기 도중 부상을 당해 그라운드에 쓰러져 있는 베트남 선수에게 거친 말을 쏟아내는 헤이 감독의 태도가 맘에 들지 않았던 박 감독은 경기 종료 후 악수를 나누지 않고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이에 대해 헤이 감독이 자신의 SNS에 “프로답지 못한 행동”이라고 박항서 감독을 비난하며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이후 화가 난 베트남 팬들이 헤이 감독의 SNS 계정에 대거 몰려가 악성 댓글을 줄줄이 쏟아내는 등 후폭풍도 상당했다. 박 감독은 베트남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남을 비난하기 전에 스스로를 먼저 돌아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후 미얀마는 말레이시아에 0-3으로 패해 조 3위로 밀리며 목표로 삼은 4강행에 실패했고, 결국 ‘사령탑 교체’라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헤이 감독은 중도 경질 발표 직후 “함께 했던 선수의 스태프, 축구협회, 팬들 모두에게 특별한 감사를 보낸다. 미얀마 축구의 성공을 기원한다”는 고별 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