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훈 감독은 데뷔작으로 박스오피스 1위라는 달콤한 열매를 맛 봤다. 소지섭과 손예진의 이름을 업고 주목받는 것 같았건만, 뚜껑을 열어보니 이장훈이라는 이름 세 글자도 선명히 보이는 작품을 통해서다. 일주일째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100만 관객 돌파에 성공한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이장훈 감독의 데뷔작이다.
동명의 일본 소설과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많은 관객들이 이미 결말을 다 알고 있는 '강제 스포일러' 영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선택했다. 최근 일본 원작을 영화화한 여러 사례들 가운데,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흔치 않게 한국 정서가 아주 잘 스며들어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통해 바뀐 인생을 살고 있다. 개봉 전부터 차기작 이야기가 오가고, 소지섭과 손예진이라는 두 톱 배우의 마음을 얻었다. "하루 2시간을 자고 인터뷰 강행군을 뛰어도 마냥 신기하고 즐겁기만 하다"는 그다.
-손예진과의 호흡은 어땠나. "손예진은 완벽주의자다. 본인이 맘에 들지 않으면 감독이 'OK' 해도 꼭 한번 다시 찍고 싶어 하는 스타일이다. 손예진을 처음 만났을 때 '예진씨가 모니터를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는데, '절대 이뤄질 수 없는 이야기'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런데 손예진도 후반부에선 조금 놔버렸다.(웃음) 사실 손예진은 첫번째 테이크가 가장 좋다. 약간의 어색함이 묻어나는 느낌이 나는 좋더라. 나중엔 손예진이 '감독님이 좋으면 저도 좋아요'라고 웃어줬다. 물론 모든 신을 빨리 찍은 것은 아니다. 손예진과 소지섭이 발코니에서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는데, 손예진 것 하나만 찍는데 3시간이 걸렸다. 내가 계속 '한번만 더 가자'고 외쳤다. 나중에는 위 경련이 와서 주저앉더라."
-일부 원작 팬들에겐 불만족스러울 수도 있겠다. "영화를 리메이크했다기보다는 원작 소설을 나름대로 재해석했다고 생각한다. 소설을 읽으면서 떠올렸던 캐릭터에 대한 이미지, 상황에 대한 그림들을 담았다. 내가 떠올린 그림은 일본 영화와는 다르다. 소설의 유쾌한 상황들 같은 것들이 좋았다. 그걸 최대한 담고 싶었다. 아마 영화를 좋아하셨던 분들은 일본 영화 속 캐릭터에 대한 선호가 있겠지만, 소지섭 캐릭터 같은 경우도 다르게 가고 싶었다."
-소지섭과 손예진이 진짜 사귀는 것 아니냐는 댓글이 쇄도한다. "나는 모른다.(웃음) 그만큼 잘 어울려서 그런 말을 해주시는 것 아닐까. 두 사람이 진짜 사귄다면 영화에 좋은 일 아닌가. 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