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불공정 중계권④ - 뉴미디어에 숨어있는 답



대학생 2000명을 상대로 프로야구 시청 매체 형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모바일 이용자는 38%, PC는 19%였다. TV는 43%에 불과했다. 뉴미디어는 서비스 이용료를 내야 한다. 데이터도 소비한다. 하지만 이용자는 나날이 늘어난다. 프로야구 중계권료도 이러한 변화를 대변한다. 2005년까지는 수익 항목으로 책정되지도 않던 뉴미디어(모바일·DMB·포털·IPTV)의 비율이 2017년 기준으로 30%를 넘어섰다.
 
프로야구 주체 모두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제 뉴미디어가 금맥이다. 그런데 현재 KBO의 사업은 문제가 있다. 콘텐트 생산자인 구단(선수)과 가공하는 방송사가 온당한 수익을 얻는 구조가 아니다. KBO가 비포털 온라인 권리를 중계 대행사인 에이클라에 몰아줬기 때문이다. 올해까지 5년 계약을 했다. 이전 4년 동안도 갖고 있었다. 경기는 중계는 물론이고 영상 소스를 재판매한다. 중계권과 관련해 수차례 불거진 케이블 방송사(스포츠 전문 채널)와 대행사의 입장 차이도 근본적인 문제는 뉴미디어 판매 권리에 있었다. 심지어 구단도 팬들을 위한 콘텐트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창출할 수 있는 수익 모델이 다양하지만 시도조차 하지 못한다. KBO와 에이클라는 '계약'을 내세우며 화두를 외면하고 있다.
 
KBO가 지난해 12월 각 구단에 보낸 중계권 수익 분배 내역에는 뉴미디어 수익이 어떤 항목인지 명확하게 알 수 없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유·무선 중계권료라고 포괄적으로 써 놨기 때문에 지면으론 구분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모 구단 A관계자도 같은 입장을 전했다. 모 구단 B관계자는 "뉴미디어 중계권 수익이 합당한 가치로 분배됐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확실한 건 대행사가 권리를 갖고 있는 구조가 잘못됐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뉴미디어는 한 가지 콘텐트를 다양한 형태로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구단 마케팅 관계자들은 "콘텐트를 2차, 3차로 가공해 활용 폭을 넓힐 수 있다. 전통 미디어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는 현재 환경 속에서 수익 증가를 기대할 수 있는 시장이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중계뿐 아니라 하이라이트, 인터뷰 영상 등은 구단의 자산으로 만들어진 콘텐트다. 그러나 구단의 힘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수익은 엉뚱한 곳에서 취한다. 모 구단 A관계자는 "손을 대면 더 다양한 구조가 있을 것 같다는 궁리, 미지의 숫자(수익)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만 있을 뿐이다"며 한숨을 쉬었다. 
 
비밀, 또 비밀

취하지 못한 가치는 수익에 그치지 않는다. 모 구단 B관계자는 "몇 해 전 행사 영상 소스가 필요해 에이클라에 문의했지만 '계약 범위에 들어가 있지 않다'는 말만 들었다. KBO도 명쾌한 답변을 주지 않았다"고 했다. 현재는 구단의 영상 자료 요청에 관대한 편이라고 한다. 하지만 구장 전광판에 나가는 용도로 범위를 제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KBO는 에이클라와 계약 내용을 공시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답답하다. 모 구단 C관계자는 "각 구단이 SNS를 활용한 홍보·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계약 내용을 모르니 어디까지 쓸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자체적으로 촬영팀을 가동하는 구단이 있는 이유다"고 했다. 모 구단 B관계자도 "종종 모기업 사내 방송 편성팀에서 영상을 활용하기 위해 연락이 온다. 답변을 줘야 하는데 계약 내용을 모르니 난감할 때가 있다"고 했다. 팬들에게 더 많은 내용의 즐길 권리를 제공하고 모기업 사원들의 관심을 유발할 수 있는 기회도 잃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구단은 유·무형 가치를 모두 얻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구조가 지속될 경우, 구단은 뉴미디어 중계권 권리의 금액이 커지길 바랄 수밖에 없다. 물론 가능성은 있다. 산업이 커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재계약할 때는 그 가치가 반영될 것이기 때문이다. 포털 2개 사가 내는 현재 금액도 결코 많은 금액이 아니라는 게 업계 평가다.
 
문제는 합당한 가치를 증명하려는 KBO의 의지다. 이미 지난 분기(2010~2013년) 계약 때도 시장 변화 추세를 예측하지 못하고 헐값에 권리를 팔았다. 한 구단 관계자는 "에이클라의 선견지명이 좋았던 건 인정한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다수 전문가가 매우 세밀한 자료를 토대로 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매년 조금씩 높아지는 중계수익 배급액 덕분에 구단도 이 문제에 경각심이 적었다. 이제는 다른 움직임이 포착된다. 특정 업체의 독점 구조가 탈피되면 중계권 계약을 두고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인력이 나올 수 있다는 평가다. KBO와 협력 의지를 드러낸 구단도 있다. 과거처럼 선정 업체를 그저 통보하고 계약 내용을 감추는 행태가 이어지면 구단의 대응도 이전보다 강경해질 전망이다. 스폰서, 입장료 그리고 상품 수익의 증가율은 결코 높지 않다. 뉴미디어는 구단과 KBO가 머리를 맞대고 키워야 할 시장이다.
 
스포츠취재팀(김성원·배영은·배중현·이형석·김희선·안희수·피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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