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성하는 '구해줘'에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다. 백발에 흰 옷, 흰 넥타이, 흰 구두 심지어 백색 분장까지 엄청난 카리스마를 뿜었다. 여기에 연기까지 더해지며 더할나위없는 '구선원 교주'가 됐다.
OCN '구해줘'는 지난 24일을 끝으로 종영했다. 결국 조성하(백정기)는 불에 타 죽는 결말을 맞이했다. 조성하는 "살려달라고 작가님께 말했는데 결국은 죽었다"며 결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어필했다.
그렇다면 조성하가 생각하는 백정기는 정말 악인이었을까. 또 백정기가 임상미에게 느끼는 감정은 어떤 것이었을까. 조성하는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을 만나 인터뷰를 나눴다.
- 실제 성격은 어떤가.
"좀 귀엽다.(웃음) 유쾌한 걸 좋아한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나와 함께 있는 순간엔 즐거웠으면 좋겠다. 어릴 때는 개그맨도 되고 싶기도 했다. 배삼룡 선생님을 매일 따라했던 기억이 있다."
- 이미지가 너무 세서 차기작 캐스팅이 힘들 것 같은데.
"머리를 삐삐처럼 땋아서 더 쎈 걸로 해야하나.(웃음) 백정기를 넘는 또다른 세계가 있다는게 희망인 것 같다. 또 지난 일들을 잊게 만드는 것도 도전이다. 어찌됐든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이 있다는 건 배우에겐 큰 복이다. '구해줘'의 백정기는 잊을 수 없는 인물로 남을 거다."
- 그동안 연기했던 캐릭터 중 백정기에 버금가는 캐릭터가 있다면.
"영화 '황해'의 김태원이다. 이 역할로 대한민국 남자에게 조성하라는 배우를 확실이 각인시켰다. '조성하=황해' 이런 이미지가 강하다. '성균관 스캔들'의 정조 대왕 멋진 캐릭터였다. 또 '왕가네 식구들'의 고민중으로 감사하게도 국민 사위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전국의 택배 기사들은 '사랑 찾아 인생을 찾아' 벨소리를 하고 계신 것 같다.(웃음)"
- 누군가를 구하지 못해서 후회한 적이 있나.
"'구해줘'의 상황처럼 구할 상황은 아니었지만 안타까운 현실이 있었다. 첫 째가 두 살 땐가 세살 때 열이 40도가 넘었다. 새벽 3시 정도였다. 아이가 우는데 돈이 한푼 없어서 병원을 가지 못했다. 당시 수원에 살 땐데 친구들은 서울에 다 있었다. 몇시간동안 뜨거운 아이를 껴안고 울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힘든데 손을 내밀어줄 수 없을 때 도와주지 못하는 것만큼 아픈 현실은 없다. 내가 능력있는 아빠가 되고 능력있는 친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로 더 열심히 살아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소한 기본을 지키지 못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싶지 않다."
- 만약 극중 옥택연이라면 똑같이 서예지를 구할 건가.
"당연하다. 첫눈에 반한 여자고, 첫사랑이다. 첫사랑은 진한 향취가 내 몸에 진하게 배이는 것과 같다. 첫사랑이 구해달라고 하는데 안 구해 줄 남자는 없을 것 같다. 상환이 입장에서는 당연히 상미를 구하는게 맞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건강하고 바른 사람이 더 많다에 확신을 갖고 있다."
- '구해줘'는 조성하에게 어떤 작품이었나.
"또다른 희망을 안겨준 작품이다. 이 나이 되면 할 수 있는 역할이 국한돼 있다. 아버지 아니면 경찰서장 등 한정적이다. 한국 영화 다양성이 없어서 여배우들이 설자리가 없다고 하지만 40~50대 남자배우들도 마찬가지다. 어떤 역할을 해야할지, 또 어떤 역할로 보람을 느껴야할지 고민을 하고 있다. '구해줘'로 아무도 하지 않았던 백정기를 맡으면서 새로운 작업에 동참할 수 있고 새로운 걸 창조해낼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다양성 있는 작품들을 만나고 싶다. 제작하시는 분들이나 작가님과 감독님들이 넓은 세계로 눈을 돌려서, 시청자들에게 다양성을 맛볼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구해줘'는 새로운 힘이 된 작품이다."
- 시청자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엄청나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정이도 작가는 신인 작가이지만 훌륭하게 작품을 마무리 했다. 김성수 감독도 영화만 하다가 드라마는 처음했다. 정말 멋진 실력과 재능으로 리더십을 보여줬다. '구해줘'를 만들었던 모든 구성원들이 또다시 더 멋진 작품들을 만나 시청자들에게 인사 드렸으면 좋겠다."
- 불에 타 죽었지만, 시즌2가 한다면 나갈 생각이 있나.
"몸과 마음이 탈진된 상태지만 다시 '구해줘' 전쟁터로 나가라고 하면 가다듬고 열심히 싸울의지가 있다. 정말 멋진 작품이다. 만약 2탄이 나온다면 더 이 세계를 면밀하게 바라볼 수 있는 깊이 있는 작품 좋은 캐릭터들로 나왔으면 좋겠다. 시즌2에 합류한다면 한층 더 하얗게 하고 나가겠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