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51) 삼성 감독이 짧은 한숨을 삼켰다. "한 경기라도 하고 가야 하지 않겠는가"라던 그는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삼성-KIA 경기를 앞둔 20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는 오후 5시 무렵까지 비가 내렸다. 하지만 경기 시작 1시간 여를 앞두고 비가 잦아들었다. 비가 내리지 않는 것도 아니고, 내리는 것도 아닌 '애매한' 비였다. 문제는 계속 비 예보가 있다는 점. 기상청에 따르면 광주는 저녁 늦게부터 내내 비 예보가 있다. 자칫 경기를 열었다가 우천 순연이되면 아까운 선발 투수만 쓴 꼴이 된다.
특히 류중일 감독은 오락가락 내리는 비가 야속한 듯 했다. 삼성은 이번시즌 광주에서 우천으로 3경기가 밀려있다. 원정 경기에서 잔여 게임이 많은 것이 반가울 리 없다. 오는 21일부터 갖게될 대구 두산전 역시 비 예보가 있다. 류중일 감독은 "큰일이다. 너무 비로 쉬어도 좋지 않다. 오늘 한 경기라도 하고 갔으면 좋겠다. 날씨가 꾸물꾸물하다. 먹구름도 밀려온다"며 연방 스마트 폰으로 기상 자료를 검색했다.
삼성은 이날 경기 전까지 64승2무30패로 선두를 지키고 있다. 2위 넥센과는 6.5경기차로 앞서고 있어 이변이 없다면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다. 잔여경기가 속수무책 늘어나면 한겨울에 한국시리즈를 치를 공산이 크다. 프로야구는 오는 9월15일부터 아시안게임(AG) 대표팀 일정으로 약 보름간 경기를 하지 않는다. 류중일 감독은 "늦어도 10월 말에는 한국시리즈를 시작해야 한다. AG와 순연 경기로 너무 늦어지면 안 된다. 겨울이라 날이 춥다"며 걱정했다.
마침 훈련을 마치고 들어오던 최형우가 류중일 감독에게 질문을 던졌다. "감독님, 지금부터 비 안오면 경기합니까?" 수장은 바로 답했다. "당연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