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국체전은 제주에서 열린다. 제주는 승마대회도 제주에서 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제의 발단은 제주가 승마선수들의 불안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제주도는 제주대학교에 71억원을 들여 승마장을 신축했고 대회에 문제가 없으니 승마대회도 제주에서 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10월초 체전에 출전할 승마선수들이 집단으로 출전거부를 선언했고 대한체육회와 대한승마협회는 내륙에서 승마대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이에 제주가 실력행사에 나섰다. 제주도는 대한체육회와 대한승마협회에 책임을 묻겠다며 강경하게 나섰다. 또 대체 승마 경기장 1~2순위에 올랐던 인천 드림파크승마장과 상주 국제승마장이 '제주도 허가를 얻어야 경기장을 빌려줄 수 있다'고 입장을 정리하면서 일이 커졌다. 승마인들은 제주도가 인천과 상주에 압력을 행사했다고 믿고 있다.
제주도의 강공에 승마선수협의회가 2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제주 승마장 거부 이유를 밝혔다.
선수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안전이다. 제주에서 준비한 승마장은 9월 말 완공됐고 아직 한 번도 대회를 치르지 않았다. 제주도측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승마선수들은 대회를 치를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곳에 수억원이나 되는 말을 몰아넣을 수 없다는 얘기다. 특히 승마장 설계가 잘못됐다고 꼬집는다. 장애물 선수인 정정훈은 "모래가 너무 깊고 미끄럽다. 장애물 경기를 할 수 없는 상태다. 현재 제주도는 모래를 15㎝ 깔았는데 과천승마장의 경우 3㎝정도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승마를 모르는 사람이 설계한 것이다"고 말한 뒤 "옹벽과 펜스가 붙어 있는 것도 문제다. 선수가 균형을 잃어 펜스 밖으로 떨어질 경우 옹벽과 충돌할 수 밖에 없다. 자칫 생명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승마 장애물 선수인 임성로는 "제주도가 정말 대회를 하고 싶었다면 체전 전에 전국대회를 열어서 안전성을 입증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2004 아테네 올림픽 출전선수인 황순원은 "과거 전국체전에서도 장소가 마땅하지 않으면 승마만큼은 대회를 치를 수 있는 안전한 곳에서 열었다. 제주도가 이점을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승마는 잘못하면 인명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무리해서 강행하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