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진출에 실패한 나성범(32·NC)이 차분하게 2021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창원 NC파크에서 스프링캠프 훈련 중인 나성범은 22일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MLB 진출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생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MLB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얘길 들었다"며 "주변에서도 '힘들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어느 정도 마음을 먹은 거라서 (결과가 나왔을 때) 시원섭섭했던 거 같다. 됐으면 하는 마음도 컸지만, 무덤덤했다"고 돌아봤다.
나성범은 올겨울 MLB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소속팀 NC의 허락을 받아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 자격으로 문을 두드렸다. 일찌감치 '슈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까지 대리인으로 선임해 미국 진출을 준비했다. 타격 성적은 나무랄 데가 없었다. 지난해 130경기에 출전해 타율 0.324, 34홈런, 112타점을 기록했다. NC의 창단 첫 통합우승을 이끈 주역.
시즌 종료 후 미국으로 출국해 현지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계약에 도달하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수입에 직격탄을 맞은 MLB 구단의 영입 적극성이 떨어졌다. 대어급 외야수들의 이적이 빠르게 성사되지 않으면서 후순위로 밀린 나성범도 영향을 받았다. 협상 데드라인(공시 후 30일 이내)이 설정되는 포스팅의 특성상 FA(자유계약선수)보다 시간 제약도 컸다.
나성범은 "시간이 조금 더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은 들더라. 미국에서도 FA 외야수가 시장에 많이 나왔다. 경험도 있고 인정받은 선수들이다. 반면 난 검증이 되지 않은 선수였다"며 "다른 선수들의 계약이 빨리 진행됐으면 '나한테도 기회가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은 든다. 데드라인이 있는 포스팅은 (FA 계약과 비교했을 때) 불리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실패에 대한 미련은 훌훌 털어버렸다. MLB 계약에 실패한 뒤 곧바로 귀국길에 올랐다. 이어 2주 자가격리 후 팀 훈련에 합류했다. 나성범은 "안 됐다고 해서 의기소침하지 않는다. 상황이 안 좋았을 뿐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협상 데드라인이 지났을 때) 바로 NC에서 다시 할 일을 생각했고 플랜을 짰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도 그렇고, 2주 자가격리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나성범의 잔류로 NC 전력엔 '날개'가 달렸다. 나성범-양의지-박석민-알테어로 이어지는 공포의 타선이 건재하다. 통합우승 전력을 고스란히 유지해 2021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나성범은 "외국인 투수(마이크 라이트→웨스 파슨스)만 하나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올해도 긴장 늦추지 않고 다시 도전한다는 입장으로 해야 한다"며 "욕심을 버리고 좀 더 간결하게 스윙할 것이다. (스윙을 바꾼다고) 삼진이 확 줄어들진 않겠지만, 지금보다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해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고 했다.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큰 시즌을 앞뒀다. 나성범은 2021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취득한다. NC는 혹시 모를 이적에 대비해 나성범의 연봉을 종전 5억원에서 7억8000만원까지 인상했다. 그는 "FA를 생각하면 부담이 될 수 있다. 매년 하던 대로 하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부상만 안 당하면 될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