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부터 프로야구에 한국형 비디오판독인 '심판 합의판정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그런데 그라운드 안팎에서 드러난 움직임은 스포츠 정신과 다소 먼 행동들이라 아쉽다.
비디오 판독이 확대되자 롯데 구단은 사직구장의 홈 더그아웃 바로 뒤쪽에만 대형 TV를 설치했다. 롯데 입장에서는 원정 더그아웃까지 설치하지 않은 것이 한편으론 이해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만 TV를 보고 심판합의판정을 신청하겠다'는 자세로도 해석된다.
일부 감독은 이른바 '30초 룰'에 대해서도 재고를 요청했다. 심판 합의판정 제도는 이닝 도중일 경우 판정 후 30초 이내에 감독이 합의판정을 신청해야 한다. 경기가 종료되는 아웃카운트와 이닝의 3번째 아웃카운트는 10초 이내다. 실제 상황과 TV 중계 화면 사이에는 시간 차가 있다. TV로 리플레이를 확인하기까지 30초는 짧다는 얘기다. 결국 리플레이 화면으로 확실한 오심임을 확인한 후에야 합의판정을 신청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비디오 판독 확대는 심판의 어처구니 없는 오심을 바로잡자는 의도에서 시작됐다. 미국 메이저리그와 달리 국내 야구장에는 자체 카메라 시스템이 없어 TV 중계 화면을 활용하기로 했다. TV 중계 카메라 숫자도 구장의 모든 플레이를 정밀하게 잡아낼 정도는 안된다.
눈으로 봐서 충분히 애매한 상황, 선수나 코칭스태프가 납득이 되지 않는 상황, 가까이 있는 심판이 순간적으로 실수해서 잘못 판정하는 경우, 9회 동점 상황에서 나온 크로스 타이밍의 아웃/세이프 등에 '비디오 판독'을 신청해 오심을 바로잡고 판정에 미련을 남기지 않는 것이 '한국형 비디오판독'의 목적이라 할 수 있다. 리플레이로도 겨우 1/1000초 차이로나 알 수 있는 접전 상황까지 잡아내자는 것은 아닐 터다. 말도 안 되는 오심을 바로잡을 기회를 갖자는 취지이다.
게다가 합의판정 요청 시간을 30초가 아닌 1분으로 늘리더라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경기를 중계하는 TV 방송사는 애매한 접전이나 오심 상황에는 곧바로 리플레이 화면을 보여주지 않기로 했다. 구단 관계자들이 TV 리플레이 화면을 보고, 더그아웃으로 전달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30초가 지날 즈음 시청자들을 위해 리플레이 화면을 틀어준다는 계획이다.
김경문 NC 감독은 비디오 판독 확대에 관해 묻자 "가장 좋은 것은 챌린지(합의판정 신청)하지 않고 이길 수 있도록 먼저 경기를 잘 풀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큰 점수 차 등 경기 상황에 따라서는 시간을 지체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