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점을 허락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 투·포수는 물론 내야수를 모두 불러모았다. 그는 선수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했을까.
LG는 19일 목동 넥센전에서 6-5로 앞선 6회 유원상이 선두 타자 김민성에게 우익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안타성 타구를 허용했다. 우익수 이진영의 정확한 송구로 2루에서 접전 상황이 발생했고, 김준희 2루심은 아웃을 선언했다. 하지만 염경엽 넥센 감독의 합의 판정 요청으로 아웃 판정은 세이프로 바뀌었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이 무사 2루 위기가 된 것이다.
유원상은 흔들릴 법 했지만 후속 타자 이성열을 3루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이어 문우람마저 1루수 앞 땅볼로 처리했다. 그사이 2루 주자 김민성은 3루에 안착했다. 2사 3루가 되자 넥센 더그아웃은 대타 유한준 카드를 꺼내들었다. 유한준은 올 시즌 유원상을 상대로 홈런 1개 포함 4타수 3안타·2타점을 기록 중이었다. 유원상을 압박하기에는 최적의 카드였다.
유한준의 등장하자 양상문 LG 감독은 그라운드로 나섰다. 구심이 투수 교체에 대한 의향을 묻자 손을 가로 저었다. 그리고 1루수 정성훈에게 마운드로 오라는 손짓을 했다. 정성훈은 물론 2루수 박경수와 3루수 손주인, 유격수 오지환까지 내야수가 모두 마운드에 모였다.
양 감독은 유원상에게 "너의 공을 믿고 던져라. 앞서 이성열을 상대했던 것처럼 하면 된다. 주자는 생각하지 말고 타자와의 승부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유원상이 올 시즌 주자에 신경쓰다 좋지 않은 결과를 얻은 것을 주지시켰다. 이어 "삼진으로 잡으려는 생각보다는 맞혀 잡는다는 생각으로 던져라. 너의 뒤에는 야수들이 있지 않은가"라며 격려했다. 양 감독은 마운드를 내려올 때 포수 최경철을 따로 붙잡고 "그래도 (유)원상이가 흔들리면 어려운 승부를 해도 된다"고 조언했다.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예상하고 격려와 동시에 대안을 제시했다.
양 감독의 격려는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유원상은 자신의 주무기인 4구째 슬라이더로 유한준을 유격수 앞 땅볼로 처리하고 실점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경기 후 유원상은 "감독님께서 좋지 않는 점에 대해 상기시켜주셨다. 덕분에 더 집중해 타자와 승부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