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차 뮤지션 윤종신의 뚝심이 통했다.

통할까, 안통할까 고민을 버렸다. 잘 만들었다고 생각이 들면 소신있게 그대로 밀고 나갔다. 최근 역주행에 성공한 '좋니'가 대표적인 예다.

'좋니'는 윤종신이 수장으로 있는 미스틱엔터테인먼트의 새로운 플랫폼 '리슨'에서 탄생한 곡이다. 지난 6월 발표해 100위권으로 진입, 차근차근 한 단계 씩 오르다가 지난 16일엔 국내 대표 음원 사이트 멜론에서 1위를 차지했다. 1위 소감을 묻자 "우리만의 발라드 정서가 아직 살아 있는 듯해서 기쁘고 발라드인으로서 역주행하고 있어 기뻐요. '좋니'는 오래도록 사랑받는 곡이 될 것 같아요. 저변이 넓은 곡이거든요. 그게 이상적인 히트라고 생각해요"라고 답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간 윤종신' 8월호를 작업합니다"라고 말하며 웃음을 보였다.

2010년부터 매월 '월간 윤종신'을 발행해 어느덧 100회를 앞두고 있다. 아무도 시도조차, 시도할 생각도 하지 않았던 작업이다. 매월 신곡을 발표한다는 건 아티스트에게 쉬운 게 아니다. 윤종신처럼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으면 더더욱 그렇다. 열정과 창의력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월간 윤종신'의 포맷은 후배 아티스트들에도 큰 영향을 미치며, 아이돌까지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SM엔터테인먼트와 전략적 제휴를 맺으며 음악 영역을 한층 넓혔다. 여기에 JTBC '팬텀싱어' 멘토로 활약하며 크로스오버계에도 진출했다. 시즌1에 이어 시즌2까지 합류했다. 베테랑 가수지만 '팬텀싱어'를 통해 가창을 배우고 있었다. 박상돈과 손태진을 미스틱에 영입하며, 대중음악과 새로운 결합을 유도했다. 음악 시장 개척의 중심에 선 셈이다.

"'팬텀싱어'에 출연한 사람을 스타로 만들고, 연예계로 데리고 와야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아웃풋이 결국 스타잖아요. 정확하게 말하면 크로스오버라는 장르가 지속 가능하게 가기 위해선 스타가 나와야 해요."

때로는 진지하면서 유쾌하게, 또 야망가 다운 발언을 하다가도 철학가 적인 면모도 드러냈다. 대형 플랫폼에 대한 따끔한 지적도 마다하지 않았다. 취중토크가 아니면 들을 수 없는 내용들이었다.
 

>>②편에 이어

-MC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요.
"MC는 전달자 역할을 담당해요. 자기 얘기를 하는 사람은 아니죠. 게스트가 나오면 게스트의 말을 전해주는 콘텐트 부속품 같은 역할을 해요. 그래서 크게 재미가 있진 않아요. JTBC에서 과거 '속사정쌀롱'이란 프로그램을 했었어요. 내 생각을 말하는 프로그램이라 좋아했어요. 그런 면에서 MBC '라디오스타'는 MC 역할에 대한 비중이 더 크죠."
 
-10년 넘게 '라디오스타' MC를 맡고 있죠. 
"'라디오스타'가 재밌는 건 진행 패턴이 아니라 게스트들과의 예상하지 못한 케미죠. 신변잡기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가끔 묻는 건 원하는 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예요."
 
-수요일 강자 자리에서 현재 좀 위태로워요.
"항상 그랬어요. 안정됐을 때가 별로 없거든요. 센 프로그램이 나오면 시청률이 떨어지기도 해요. 하지만 경쟁작이 '라디오스타' 만큼의 연속성이 있느냐, 없느냐를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근 JTBC '뭉쳐야 뜬다'로 패키지여행도 다녀왔죠.
"고생하고 왔어요.(웃음) 패키지여행이 이렇게 힘든 건지 몰랐어요. 아침 6시부터 일어나 종일 여행을 했어요. 근데 패키지여행을 왜 가는지는 알겠더라고요. 다녀온 이후 여행과 관련한 기억이 다 나요. 가이드 설명을 들으면서 구경하니까요. 마치 선생님한테 강의를 들은 느낌이에요. 패키지가 하드하지만 재밌었어요."
 
-SNS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에요.
"SNS를 하나의 미디어로 만들었어요. 가끔씩 주장하는 글을 올리는 건 내 성향인 사람들을 모이게 하려고 그런 거예요. 윤종신의 팔로워들은 단순한 팬이 아니에요. 진짜 팔로워에요. '윤종신이 무슨 말 하는지 들어볼까?' 이런 거죠. 같은 성향의 사람들이 모이면 같은 주장을 할 수 있잖아요. 물론 이것도 하루아침에 안 되죠. 2009년부터 8년 동안 꾸준하게 해서 이룬 거예요. 성향적으로 찬반이 생길 것 같은 건 조심하지만 포지션에서 적당한 건 던지는 편이에요. 동조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이도록 하는 거죠."
 

-미디어에 대한 뚜렷한 생각을 가지고 있네요.
"대형 포털사이트에 휘둘리는 게 아니라 독자적인 미디어로 생존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결국 윤종신 자체가 미디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죠. 예를 들어 MBC '무한도전'은 김태호의 미디어에요. 김태호가 하고 싶은 걸 만드는 거죠. 거기 안에 콘텐트는 박명수라고 생각해요. 유재석은 그걸 잘 컨트롤 하는 사람이죠."
 
-그런 의미에서 '눈덩이'는 만족스러운 콘텐트겠어요.
"1호부터 너무나 잘 만들어냈다고 생각해요. 나 같은 생각을 가지면 '1위병'에 안 걸려요. 필요한 양만 보고 그 안에서 소비가 일어나면 되거든요. '눈덩이'는 말 그대로 눈덩이처럼 커졌을 때 더 재밌을 거예요."
 
-올해 '무도 가요제'가 열리는 해인데 혹시 참여할 생각은 없나요.
"아직 '무한도전'에서 연락이 없어요.(웃음) 연락이 오면 생각해볼 수 있는 얘기 같아요."
 
-여운혁 PD를 미스틱으로 영입했어요.
"언젠가 같이하자고 했는데 정말 그 약속을 지켰어요. 그 사람은 진짜 크리에이터에요. 수만이 형이 우리랑 손잡은 건 운혁이 형의 카드가 컸어요.(웃음) 들어와서 보니까 너무 잘하더라고요. 어디서도 안 지고요. 독보적인 캐릭터예요. 코드도 잘 맞고요."
 
-여운혁 PD를 비롯해 코드가 잘 맞는 PD들은 누가 있나요.
"내 안에 B급 코드가 있어요. 그래서 태호랑 잘 맞아요. 기본적으로 B급에서 메이저를 지향하는 편이죠. 태호는 답이 안 나오는 것도 많이 해요. 남들은 '폭망'이라고 하는데 그 안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게 있어요. '논스톱' 조연출 때부터 남달랐어요. 콘티를 그려오는 PD는 태호밖에 없었거든요. 기본적으로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었던 거죠. 박상혁 PD와도 잘 맞고요. 나영석 PD와는 해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잘 몰라요. 마침 만나기로 한 날 복통이 와서 못 만났거든요."
 
-현재 가장 큰 고민은요.
"우리 회사 루키들 띄우기에요. '리슨' 자체가 미스틱을 보여주는 건데 색채가 중요해요. 이 방법이 대중에 통할지 모르겠지만 하나씩 하고 있어요. 재정이는 어느 정도 알렸다고 생각하고 에디킴과 재인이는 발전이 필요해요. 마음이 급하진 않아요. '리슨'처럼 줄기차게 콘텐트를 던질 거예요. 우리다운 콘텐트를 만들 거예요. 가장 신경 쓰고 있는 건 새로 나올 밴드인데 독특한 (홍보) 방법을 생각해냈어요. 그 방법으로 선보이고 싶어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지금 평론을 하기엔 하루하루가 너무 정신없어요. 'ing' 중이기도 하지만 끝까지 내 인생을 평가하진 않을 것 같아요. 70세에도 뭔가 몰두하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죠. 생산적인 일이 아니더라도 몰두하고 있는 일이 있으면 좋겠어요. 나이가 들면서 시작과 정리를 하면서 사는 건 싫어요. 그리고 어떻게 내가 바라는 대로 남겠어요. 그건 내가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아요."

이미현·황소영 기자
사진=박세완 기자
영상=박찬우 기자
영상 편집=민혜인
장소=테이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