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최용수 감독이 주축 미드필더 고명진(26)에게 이례적으로 최근 두 차례나 쓴 소리를 했다.
서울은 16일 오후 6시30분(한국시간) 센트럴코스트 매리너스(호주)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F조 5차전 원정경기를 벌인다. 서울은 16강 진출을 위해 반드시 이겨야한다. 하지만 고명진은 이번 호주 원정 명단에 아예 포함되지 않았다. 경기 전날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유를 묻자 최 감독은 “시즌 초부터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준비가 된 선수가 경기에 나가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고명진에 대한 지적은 처음이 아니다.
6일 전북 현대와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홈경기를 앞두고 5일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도 최 감독은 “최근 고명진을 부상으로 인한 배려차원에서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본인의 의지이다. 이전의 절심함이 사라지지 않았나 생각 한다”고 꼬집었다.
사실 고명진은 올 시즌 서울의 핵심전력이다. 고명진은 넓은 시야와 패스, 강력한 왼발 중거리 슛 능력을 두루 갖췄다. 중앙은 물론 때로 측면으로 이동해 상대 수비를 헤집는다. 중국 베이징 궈안으로 이적한 하대성의 충분히 공백을 메워줄 수 있는 자원으로 꼽혔다. 최 감독은 여기에 더해 고명진이 리더십도 발휘해주길 원했다. 고명진은 중학교를 중퇴하고 2004년 서울 유니폼을 입었다. 나이는 20대 중반이지만 벌써 프로 10년 차다. 최 감독은 고명진이 베테랑다운 프로정신을 발휘해줄 것으로 믿고 부주장 완장까지 맡겼다. 하지만 시즌 개막 한 달 반이 지나도록 기량은 물론 정신자세에서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작정을 하고 공개적으로 두 차례 경고를 준 것이다. 축구에서 경고 2장이면 퇴장이다. 하지만 최 감독은 여지를 남겨 뒀다. 그는 “고명진이 빨리 좋은 컨디션으로 경기력을 보탬이 됐으면 한다. 고명진은 많은 강점을 지닌 선수다”고 했다. 한 번 더 기회를 주겠다는 뜻이다.
고명진이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무대는 20일 홈에서 열리는 포항 스틸러스와 클래식 9라운드다. 서울의 주축 선수들은 호주 원정에서 돌아온 직후라 체력적인 부담이 크다. 국내에서 휴식과 훈련을 병행한 고명진이 한 건 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