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이병규(7번)는 준플레이오프(준PO) 시리즈에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4경기에서 16타수 8안타로 타율 0.500를 기록했고, 타점은 6개를 올렸다. 그러나 4번 타자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홈런은 1개도 때려내지 못했다. 플레이오프(PO)에서 만나는 넥센의 4번 타자 박병호는 올 시즌 52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이병규는 올 시즌 16개에 그친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이병규는 "홈런이 전부는 아니다"라며 각오를 나타내고 있다.
LG는 NC와의 준PO를 앞두고 화력에서 열세를 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홈런·장타율에서 현저히 밀렸기 때문이다. 4번 타자의 무게감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NC는 테임즈가 올 시즌 37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이병규보다 무려 21개나 많은 수치였다. 무게감에서 밀린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당연했다. 이병규는 애당초 홈런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그리고 2~3루타의 장타로도 충분히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병규의 1차전부터 불을 뿜었다. 준PO 1회 첫 타석에서 마산구장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결승 2루타를 때려냈다. 이날 2루타 1개를 더 기록한 이병규는 2~3차전에서도 나란히 2루타 1개씩을 때려내 총 4개로 역대 준PO 최다 2루타 신기록을 세웠다. 역대 준PO 시리즈에서 2루타 3개를 때려낸 타자는 1996년 김인호(현대), 2009년 김주찬(롯데), 2012년 손아섭(롯데) 등 3명 뿐이다. 4개는 이병규가 처음이다.
이병규의 장타 본능은 4차전까지 이어졌다. 그는 3회 2사 1·2루 기회에서 힘찬 스윙으로 잠실구장 우중간을 갈라 2타점 3루타를 때려냈다. 이 안타는 LG를 플레이오프(PO)로 이끈 결승타가 됐다. 3루타 포함 4안타를 폭발시킨 이병규는 준PO 4경기에서 0.875의 장타율을 기록했다. 올 시즌 장타율 0.533보다 3할 이상 높은 수치였다.
이병규는 "홈런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다"며 "무리해서 홈런을 만드는 건 내 스타일에 맞지 않다. 장타로도 충분히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타격감이 정말 좋다. 시즌 마지막 경기 롯데전에서 옥스프링을 상대로 홈런 2개를 뺏어내면서 타격감이 올라간 것 같다. 지금의 타격감을 PO까지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