핌 베어벡(58) 전 감독이 2007년 8월 사퇴한 이후 7년 만에 외국인 지도자가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을 전망이다.
대한축구협회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31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브리핑을 갖고 1박2일 동안 진행된 기술위원회(기술위)의 대표팀 감독 검토 작업에 대한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 기술위는 마라톤 토론 끝에 3명의 우선협상 대상자를 1~3순위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모두 외국인이다.
기술위는 ①대륙별 선수권 대회를 지휘한 경험 ②월드컵 지역 예선을 치러본 경험 ③월드컵 본선에서 16강 이상의 성적을 낸 경력 ④클럽 축구를 지도한 경험 ⑤대표팀 경기가 없을 때 국내 지도자 교육 프로그램을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 ⑥인성을 갖춘 사람 ⑦2018년 러시아월드컵 때 70세가 넘지 않도록 현재 나이 66세 이하 ⑧영어를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지도자 등 8가지를 기준으로 삼았다.
이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지도자를 추린 결과 자연스럽게 외국인 3명으로 좁혀졌다. 이 위원장은 "이 기준에 모두 부합하는 국내 지도자가 1명 있었지만 지금 시기와는 맞지 않다고 생각해 우선협상 대상자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명단이 공개되면 앞으로 협상과정에서 주도권을 뺏길 수 있기 때문에 이 위원장은 3명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략적인 윤곽은 나온다. 네덜란드 출신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62) 감독이 1순위로 꼽힌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준우승에 올려놓아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페예노르트 사령탑으로 2001~2002시즌 유럽축구연맹(UEFA)컵 정상에 올랐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프랑스 지휘봉을 잡고 준우승을 차지한 레몽 도메네크(62·프랑스) 감독도 물망에 오른다. 남미 지도자 중에서는 브라질월드컵에서 코스카리카의 8강 돌풍을 이끈 호르헤 루이스 핀투(62·콜롬비아) 감독, 역시 브라질월드컵에서 콜롬비아를 8강으로 이끈 호세 페케르만(65·아르헨티나) 감독 등도 후보군이다. 하지만 남미 출신들은 영어에 능통하지 못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럽 지도자 쪽에 좀 더 무게가 실린다.
이제 공은 축구협회로 넘어갔다. 외국인 감독 선임에 앞서 늘 문제로 거론되는 고비용 문제에 대해 이 위원장은 "기술위에서 연봉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못박았다. 이어 "생각보다 높은 연봉을 줘야 할 분도 있을 수 있다. 이것은 축구협회의 몫이다. 앞으로 협상이 난항을 겪거나 오래 걸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3명의 우선협상 대상자와 모두 계약에 실패하면 기술위는 원점부터 다시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축구협회는 협상 능력이 떨어진다는 거센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3명 중 1명과는 최종 계약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