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에이스'급 투수가 맞대결을 하면 타격전보다는 투수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예상이 빗나갈 때도 있다. 롯데와 삼성의 맞대결이 열린 23일 부산 사직구장이 그랬다. 롯데는 외국인 투수 옥스프링, 삼성은 좌완 장원삼이 선발 등판했지만, 둘 모두 5회를 버티지 못하고 조기 강판됐다.
먼저 무너진 건 장원삼이었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장원삼은 1회 세 타자를 깔끔하게 삼자범퇴로 처리했다. 그러나 3-0으로 앞선 2회 선두 타자 최준석을 상대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솔로홈런을 내준 뒤 급격히 흔들렸다. 황재균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고, 히메네스에게는 가운데 담장을 직격하는 2루타를 허용해 추가 실점했다. 잇따른 안타 허용에 장원삼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장원삼은 롯데 타선을 막아내지 못했다. 박종윤에게 안타를 맞은 뒤 용덕한의 희생플라이를 내줘 3-3 동점을 허락했다. 이후 신본기와 정훈의 연속 안타로 추가 실점했다. 곧이어 전준우에게 3점 홈런을 얻어맞아 'KO' 됐다. 초구 137㎞짜리 직구가 가운데로 살짝 몰렸고, 전준우의 먹잇감이 됐다. 후속 타자 손아섭에게 안타를 맞고 흔들린 장원삼은 결국 김현우와 교체돼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장원삼은 1⅓이닝 동안 홈런 2방 포함 8피안타 7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이날 경기 전까지 3.89였던 장원삼의 평균자책점은 4.61까지 치솟았다. 장원삼은 마운드에서 물러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옥스프링은 타선의 지원을 받았지만, 역시 오래 버티지 못했다. 1회 3실점을 한 옥스프링은 7-3으로 앞선 3회 4실점을 했다. 선두 타자 박해민에게 중전안타, 채태인에게 좌측 2루타를 내줘 무사 2·3루 위기를 맞았다. 박석민을 내야 땅볼로 유도해 1점과 맞바꿨지만, 이어 이승엽과 박한이에게 연속 안타를 추가 실점했다.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이지영에게 우중간을 가르는 싹쓸이 2타점 2루타를 맞아 결국 동점을 허락했다.
옥스프링은 4회 선두타자 나바로에게 2루타를 맞았다. 김시진 롯데 감독은 결국 옥스프링의 강판을 결정했다. 옥스프링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다음날 가족이 호주로 돌아가는 만큼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었던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