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캡틴 황지수(33)가 다시 돌아왔다.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을 이끌며 '묵묵한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황지수는 23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E조 조별리그 최종전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와 경기에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로 90분 풀타임을 뛰었다. 지난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9라운드 FC 서울전에서 올 시즌 처음 출전한 뒤, 2경기 연속 선발 출장이었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일찌감치 16강 진출을 확정해 이날 경험이 부족한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을 대거 출전시켰다. 그 사이에서 황지수는 팀 주장으로서 묵묵하게 후배들의 플레이를 조율하며 무실점 경기를 이끌었다. 이날 포항을 반드시 꺾어야 했던 부리람의 파상공세를 무실점으로 막아내는데는 황지수의 역할이 컸다. 황지수는 경기 내내 팀 주장으로서 어린 선수들을 독려하며 활력을 불어넣었다.
황지수는 지난 2012년 8월부터 팀 주장을 맡았다. 아랍에미리트(UAE)로 떠난 신형민의 뒤를 이어 임시로 주장을 맡았지만 황선홍 포항 감독은 황지수의 '묵묵한 리더십'에 주목했다. 크게 튀지 않으면서도 말이 아닌 경기력으로 조용히 제 몫을 다해 동료들의 신뢰도 컸다. 황지수의 중원 파트너인 이명주는 "지수형한테 정말 많이 배운다. 말은 별로 없으시지만 행동으로 워낙 솔선수범하셔서 후배들에 좋은 귀감이 돼 왔다"고 말했다. 황지수가 주장을 맡은 뒤 포항은 FA컵 2연패, K리그 클래식 우승 등의 굵직한 성과도 냈다. 그 덕에 황지수는 지난해에 이어 올 시즌에도 팀 주장을 맡았다.
그러나 올 시즌 초 뜻하지 않은 부상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2월 훈련 도중 오른 무릎을 다쳐 재활에만 매달려야 했다. 시즌 개막부터 주장으로서 역할을 다 하고 싶었던 황지수 입장에서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성실한 자세로 재활에 임하는 게 팀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래서 예정된 시기에 복귀할 수 있었다.
황지수는 복귀전이었던 서울전에서 후반 39분 경고 2회로 퇴장을 당했다. 그래도 황지수는 첫 경기부터 풀타임에 가깝게 뛰며 다친 무릎에 이상이 없음을 증명해 보였다. 최근 K리그 클래식에서 7경기 연속 무패(6승1무)중인 포항은 황지수의 가세로 더 든든해졌다. 황선홍 감독은 "아직 경기력이 완전하게 올라온 건 아니다. 그래도 수비적으로 안정감이 있는 황지수의 존재는 팀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몸을 더 끌어올리면서 경험도 풍부한 선수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