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석은 1차 지명 유망주다. 두산이 1차 지명에서 투수가 아닌 야수를 선택한 건 현재 주전 유격수 김재호를 지명한 2004년 이후 17년 만이다. 안재석의 잠재력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태형 감독도 "투수를 포기하고 지명할 만큼 검증된 선수였다"며 "김재호 다음 두산의 (주전) 유격수를 맡아줘야 하는 선수"라고 극찬했다.
안재석은 신인 야수 중 유일하게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두산의 시즌 10번째 경기였던 4월 15일 잠실 KT전에서 데뷔 처음으로 선발 출장했고, 김재호가 아내의 출산으로 휴가(경조사)를 떠난 16~20일 4경기에 모두 선발 유격수로 나섰다. 김재호가 골반 통증으로 휴식을 부여받은 4월 말에도 기회를 얻었다.
지난 9일 열린 KIA와의 더블헤더(DH) 1차전에서는 데뷔 뒤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안재석은 두산 간판타자 허경민의 자리인 3루수·1번 타자를 맡았다. 김태형 감독의 파격 시도.
사사구 2개와 1안타를 기록하며 3번 출루했다. 1회 초 첫 타석에서 KIA 선발 임기영으로부터 사구로 출루했고 후속 두 타자의 연속 안타 때 두산의 선취 득점을 해냈다. 5회도 이닝 선두 타자로 나서 우전 안타를 쳤다. 공격 선봉장 임무를 잘해냈다.
수비는 더 빛났다. 3-3으로 맞선 7회 말 2사 1·2루 위기에서 KIA 4번 타자 이정훈의 좌측 선상 강습 타구를 다이빙캐치 한 뒤 다시 한번 몸을 날려 글러브로 3루를 터치했다. 이 타구가 외야로 빠져나갔다면 1루 주자까지 홈으로 쇄도할 수 있었다. 두산은 안재석의 호수비로 실점 없이 위기를 벗어난 뒤 9회 초 공격에서 2득점 하며 5-3으로 이겼다.
안재석은 지난주까지 출전한 17경기에서 타율 0.289(38타수 11안타)를 기록했다. 신인 야수 중 가장 많은 안타를 생산했다. 타격 자질도 있다. 자신이 롤모델로 꼽은 김재호와 매일 함께 훈련하고 있다. 수비력도 더 좋아질 전망이다.
올해는 투수 대형 신인이 유독 많았다. 롯데 김진욱, KIA 이의리, 키움 장재영이 그 면면. 그중 이의리는 선발진에 연착륙했다. 5경기에 등판해 1승·평균자책점 3.20을 기록했다.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3자책점 이하 투구)도 2번 해냈다.
신인왕 레이스는 이의리가 가장 앞서 있다. 그러나 지난해 신인왕 소형준처럼 독주 체제를 갖춘 건 아니다. 안재석도 신인왕 후보다. 김재호와 허경민의 체력 안배가 필요할 때 선발 기회를 얻을 전망이다. 조금씩 출전 기회를 늘려가고 있고, 존재감도 인정받고 있다.
안재석은 "(이)의리가 너무 잘 던져서 (신인왕에 도전하려는) 마음을 접어야 하나 싶었다"면서도 "동기 중 좋은 투수가 많지만 '나도 경쟁력이 있겠다'는 생각은 했다"라고 말했다. 김태형 감독도 "(야구를 잘하려는) 욕심이 많은 선수"라며 안재석의 투지를 주목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