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규시즌 개막 때만 해도 LG는 선발 로테이션 구성조차 버거웠다. 케이시 켈리와 앤드류 수아레즈, 그리고 국내 투수로는 정찬헌만 고정된 선발 투수였다. 그 때문에 개막을 앞두고 두산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함덕주를 영입, 선발진을 긴급하게 보강했다.
LG 선발진의 숨통을 틔워준 건 베테랑이었다.
'끝'을 걱정했던 차우찬(34)은 지금 "복귀는 기적"이라고 표현한다. 왼 어깨 극상근 파열로 지난가을부터 제대로 공을 던질 수 없었다. 차우찬은 불과 두 달 전을 떠올리며 "언젠가 '복귀하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다시 마운드에 서보지 못하고 이대로 끝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통증이 오래갔다"고 돌아봤다.
11개월 만에 돌아온 차우찬은 '에이스의 귀환'을 알렸다. 6월 6일 KIA전 5이닝 무실점을 시작으로 5이닝 2실점-6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3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점 1.13을 기록했다. 피안타율은 0.127이다. 단 3경기 활약으로 도쿄올림픽 대표팀 엔트리에 극적으로 합류했다.
차우찬은 "(정)찬헌이가 수술을 받으며 정말 힘들게 이 자리까지 올라오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봤다"라며 후배의 선전을 응원했다.
정찬헌(31) 차우찬과 마찬가지로 "'내가 다시 마운드에서 정말 다시 공을 던질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들었다. 사실 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2008년 입단 후 그는 팔꿈치 인대접합, 경추와 팔꿈치 뼛조각 제거, 허리 디스크 등 여러 차례의 수술을 받았다.
특히 2019년 6월, 두 번째 허리 수술 때 겪었던 고통과 심리적 부담이 가장 컸다. 애니메이션 '개구리 왕눈이'의 주제가 가사(7번 넘어져도 일어나라)를 반복해 들었을 만큼 절박하고, 또 간절했다.
결국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지난해 선발 투수로 변신한 그는 올해 6승 2패, 평균자책점 3.65로 토종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다. 등판 간격을 좁혀 정상 로테이션을 소화, 진짜 선발 투수로 거듭나는 중이다.
22일 문학 SSG전 선발 투수는 임찬규(29)였다. 4월 24일 한화전 이후 59일 만의 등판. 입단 초기 150㎞의 강속구를 자랑한 임찬규는 구속 저하를 이겨내고 LG 선발진의 한 축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부친상의 아픔을 털고 다시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이달 퓨처스(2군)리그에서 13이닝 동안 2점만 내줬다.
임찬규는 22일 SSG전에서 7이닝 2피안타 1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달성했다. 그는 "아버지를 여의기 전과 후 내 야구 인생이 달라질 듯 싶다. 2군에서 어깨 아프고 부친상까지 당하면서 많이 힘들었지만 아버지의 말씀대로 쫓기지 않고 행복하게, 재밌게 야구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