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에서 뛴 경기 수는 10경기에 불과하다. 마이너리그에서 기록한 통산 타율도 0.264에 그쳤다. 구단은 "수비 능력이 뛰어난 선수다"고 했다. 하지만 외인 타자에게 기대되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4월까지 타율 0.237에 머물자 조기 퇴출 전망도 나왔다.
반전은 5월부터 시작됐다. 장타력은 물론 타율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전반기는 타율 0.276로 마쳤다. 후반기에 나선 55경기에선 0.316를 기록했다. 중요한 순간 안타를 때려 내는 클러치 능력까지 보여 준다. 결승타만 11개를 기록했다. 4번 타자 이대호(13개)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어느새 하위타선에서 중심타선으로 자리를 옮겼다. 서서히 3할 타율 진입도 눈앞에 두고 있다.
수비 능력은 리그 전체에서도 손꼽힌다. 롯데 내야진의 안정감이 달라졌다. 조원우 롯데 감독도 "번즈가 올 시즌 롯데 내야진의 중심이다"고 인정했다. 지난해도 팀 실책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나오는 실책 탓에 전세를 내주곤 했다. 번즈가 지키는 1루와 2루 사이는 10개 구단 중 가장 견고하다.
특유의 파이팅 넘치는 모습은 동료에게도 활력을 불어넣는다. 부진할 때는 고민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띌 만큼 야구를 대하는 자세도 진지하다. 번즈는 이제 복덩이다. 재계약도 유력하다. 포스트시즌에서의 활약도 기대된다.
번즈와 대화를 나눴다. 그는 "부산팬들의 열기가 이어질 수 있도록 공수 모두 팀 승리에 기여하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 한 시즌 막바지다. 현재 컨디션은 어떤가. "팀이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그 기운이 9월까지 이어지고 있다. 나도 즐겁게 야구를 하고 있다. 팀 선수들이 모두 잘하고 있다. 제 몫을 하기 위해선 나도 임무를 잘해 내야 한다. 아직은 내 기량이 나아졌다고 말할 수 있는 시점이 아니다. 하지만 시즌 초반보다는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됐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타격감도 좋다. 잘 이어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어느새 타율 3할 진입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KBO 리그 투수들의 공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시행착오도 많았다. 전반기에 조원우 감독님과 김대익 코치님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고 하체의 중심은 뒤에 놓은 뒤부터 감을 잡기 시작했다. 최근엔 스윙을 짧게 한다. 이전에는 장타 욕심이 있었다. 홈런을 치려는 스윙을 하면서 스스로 무너졌다. 이제는 모든 게 나아졌다. 나는 원래 충분히 3할 타자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현재 스윙을 유지한다면 앞으로도 팀 공격에 기여할 수 있다고 믿는다."
- 롯데 선수 가운데 2번째로 결승타가 많다. 원래 박빙 상황을 즐기는 편인가. "결승타를 치고 싶지 않은 선수가 있을까. 나는 매 경기 내 앞에 (결승타를 칠 수 있는) 기회가 오길 바란다. 미국에서 야구를 할 때도 그랬다. 그런 상황을 즐긴다. 팀이 이기기 위해서는 중요한 상황에 나선 타자들이 자신 있는 스윙을 해야 한다. 롯데에는 그런 타자들이 많다."
- 홈런을 때려 낸 14경기 가운데 11번이나 팀이 승리했다. "그런가. 몰랐다. 기분은 좋다. 하지만 내가 홈런으로 팀에 기여하는 선수는 아니다. 이제는 배트 중심에 맞힐 생각만 하고 있다."
- 동료와 코치들이 글러브에서 공을 빼는 동작을 극찬했다. 어떻게 연마했나. "반복 훈련이다. 하지만 반드시 땀을 흘리면서 해야 하는 건 아니다. 몸을 풀기 위해 캐치볼을 하거나 그저 공을 갖고 놀 때도 어떻게 하면 손을 글러브에 빨리 넣고 뺄 수 있는지 생각했다. 그리고 방법을 찾았다. 오랜 시간 공을 만지고 놀면서 익숙해졌다." - 가장 쾌감을 느끼는 수비가 있다면. "1루와 2루 사이로 빠지는 공을 몸을 날려 낚아챈 뒤 일어나 송구로 연결하는 동작이다. 내가 KBO 리그에서 보여 준 대표적인 수비 동작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롯데팬이라면 인정해 주실 것이다. 신이 난다. 멋있는 플레이를 했기 때문이 아니다. 안타성 타구를 아웃으로 만들면 마운드 위 투수에게 자신감을 줄 수 있다. 아웃 카운트 1개를 줄이면서 다른 야수들도 체력을 아낀다. 팀에 도움이 되는 플레이를 했을 때 가장 쾌감을 느낀다는 의미다."
- 전반기에는 수비만 잘하는 선수로 평가받았다. 지금은 공수 모두 인정받고 있다. "가장 뛰어난 선수는 팀 기여도가 높은 선수다. 타석에서는 앞으로 더 나아질 수 있다. 수비는 더 안정감이 필요하다. 공수 모두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고 싶다. 모든 선수가 같은 생각으로 그라운드에 나선다. 물론 지금은 그렇게 되는 과정에 있다. 나는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팀 동료들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 부산의 야구 열기가 점차 고조되고 있다. "지난 2일 홈경기에서 정말 행복한 경험을 했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팬들이 대부분 붉은 유니폼(동백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팬과 함께 하나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이 왜 '야구의 도시'인지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팀 선수 모두가 화합한 덕분에 그런 광경을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홈런도 쳤다. 그래서 더욱 기억에 남는다. 사직구장에 열기가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포스트시즌에서도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 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