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과 경기가 끝나면 포항팬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넬 것이다. 포항을 향해 존중을 표할 것이다."
지난 7월 이명주(27·FC 서울)가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약속한 말이다. 그는 포항 스틸러스와 경기를 치른 뒤 포항과 포항팬들에 대한 예우를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서울 유니폼을 입고 있으면서도 포항을 향한 애정을 놓지 않은 이유는 그가 '포항의 남자'이기 때문이다. 이명주는 2012년 포항에서 데뷔해 2014년까지 포항의 '에이스'로 이름을 날렸다. 2013년에는 한국 프로축구 사상 첫 K리그와 FA컵을 동시에 거머쥔 '더블 우승'을 일궈 냈다. 이명주는 포항을 넘어 K리그 최고의 선수로 등극했다.
2014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알아인으로 이적한 뒤 올해 6월 K리그로 복귀했다. 복귀하면서 포항이 아닌 서울의 유니폼을 입은 이명주는 친정팀과 대결만 기다렸다.
지난 7월 12일 K리그 클래식(1부리그) 20라운드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서울과 포항의 맞대결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산됐다. 이명주와 포항이 만날 운명은 엇갈렸다. 그는 포항전이 열리기 3일 전 19라운드 광주 FC전에서 발목 인대 부상을 당했다.
이후 재활에 집중했고 회복 속도는 빨랐다. 그렇게 지난 9일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 28라운드에서 부상 복귀를 신고했다. 그리고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친정팀을 만났다.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서울과 포항의 클래식 31라운드가 그 무대였다.
이명주는 선발에서 제외된 채 시작했다. 후반 친정팀과 격돌이 성사됐다. 후반 시작과 함께 이명주는 교체 투입됐다. 그라운드를 밟은 이명주는 포항 격파 최선봉에 섰다. 문전에서 날카로운 슈팅을 때리는 등 이명주는 연신 포항을 괴롭혔다.
결과는 아쉬웠다. 1-1 무승부로 끝났다. 서울이 전반 14분 오스마르(29)의 선제골로 앞서 나갔지만 포항이 후반 35분 완델손(28)의 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서울 입장에서 더욱 아쉬운 경기였다. 홈에서 다 이긴 경기를 막판에 놓쳤다. 사실상 패배한 경기나 다름없었다. 서울 선수들이 억울할 만한 애매한 심판 판정도 몇 개 있었다. 경기가 끝나자 서울 선수들은 심판들에 다가가 강하게 항의했다. 서울은 상위권 추격에도 실패했다. 승점 1점을 보탠 서울은 승점 47점으로 5위에 머물렀다. 4위 수원 삼성(승점 51)과 격차도 좁히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명주는 포항을 향한 존중을 잊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뒤 이명주는 포항팬들에게 발길을 돌렸다. 신광훈(30)과 함께했다. 신광훈 역시 포항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고, 이명주와 함께 포항 전성기를 이끈 선수다. 이명주와 신광훈은 포항 선수들보다 먼저 포항팬들에게 다가섰다. 두 선수 모두 포항팬들 앞에서 정중하게 목례했다. 이에 포항팬들도 박수로 화답했다.
포항팬들과 인사를 끝낸 이명주는 포항 선수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포항 황금기를 함께했던 수비수 배슬기(32)와는 진한 포옹을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