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리드오프 김선빈(31)이 타격왕 레이스에서 선두로 치고 나갔다. 지난달 햄스트링 부상 등으로 잠시 주춤했던 그가 7월 4경기에서 16타수 12안타(타율 0.750)를 몰아쳤다. 4일 기준으로 타율 0.381를 기록한 김선빈은 두산의 외국인 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0.379)를 추월했다. 5일 경기에서 햄스트링 부상으로 교체되긴 했지만, 김선빈이 타격왕 레이스를 주도하기 시작한 건 틀림없다.
지난 4일 창원 NC전은 김선빈의 '타격 기술 박람회' 같았다. 김선빈은 1회 초 선두타자로 나서 NC 선발 드류 루친스키로의 초구를 밀어쳐 우전안타를 만들었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온 공을 노려 깔끔하게 받아쳤다.
김선빈은 3회 초 루친스키를 다시 만나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다시 우전안타를 뽑아냈다. 1회 초 대결과 달리 루친스키는 슬라이더와 스플리터 등 유인구를 연달아 던지며 김선빈을 흔들었다. 김선빈은 침착하게 볼을 골라낸 끝에 6구 체인지업을 받아쳤다. 스트라이크 가운데에서 우타자 김선빈의 몸쪽으로 파고드는 공을 밀어친 것이다.
이 장면을 중계했던 SBS스포츠 해설진은 감탄사를 쏟아냈다. 이승엽 해설위원은 "정말 잘 밀어쳤다"며 놀라워했다. 이순철 해설위원도 "기가 막힌 안타다. 이렇게 치면 (투수가) 던질 곳이 없다"라고 칭찬했다.
바깥쪽으로 빠지는 슬라이더를 참아내고, 몸쪽 변화구를 밀어치는 건 전문가들이 말하는 이상적인 타격이다. 보통의 타자들은 이동발(우타자의 왼발) 근처에서 히팅 포인트를 만든다. 김선빈은 루친스키의 공이 배꼽 근처에 왔을 때 때렸다. 히팅 포인트가 30㎝ 이상 뒤에 있다. 그만큼 공을 오래 볼 수 있고, 변화구에 속을 확률이 낮아진다.
김선빈은 원래 밀어치기의 명수였다. 그의 타구를 분석한 상대 내·외야진이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수비 시프트를 펼치기도 했다. 2루타가 됐을 우중간 타구가 여러 번 잡혔다. 김선빈은 상무 야구단(2015~16년) 시절 타격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당겨치는 타구를 늘린 것이다. 좌중간으로도 좋은 타구를 보내기 시작한 김선빈은 2017년 생애 첫 타격왕(0.370)에 올랐다. 주로 9번 타순에서 활약한 김선빈 덕에 KIA는 그해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년 동안 김선빈은 3할 타율 바로 밑에서 멈췄다. 2018년 0.295, 지난해 0.292를 기록했다. 체력적인 문제가 있었고, 지난해에는 공인구의 반발력이 낮아진 이유도 있었다. 지난겨울 자유계약선수(FA)가 된 그는 4년 최대 40억원에 계약했다. 2017년의 상승세를 이어갔다면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올 시즌 김선빈은 타격왕 출신다운 공격력을 다시 보이고 있다. 반발력이 낮아진 공을 힘껏 당겨치기보다 밀어치기에 집중한 덕분이다. 배꼽까지 온 투구를 툭툭 받아치는 김선빈을 최근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은 1번타자로 기용하고 있다. 김선빈이 1번타자로 나설 때의 타율은 0.684(19타수 13안타)에 이른다.
지난해까지 유격수를 맡았던 김선빈은 박찬호(25)에게 포지션을 양보하고 2루수로 전환했다. 젊고 역동적인 후배가 유격수에 안착할 수 있도록 김선빈은 2루수로서 안정감 있는 수비를 보였다. 그는 "아무래도 유격수를 맡을 때보다 수비 부담이 덜 하다. 타격으로 팀에 더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