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야구 신인왕 레이스는 단연 KIA 타이거즈의 이의리(19) 독주 체제다. 고졸 신인이 데뷔와 동시에 KIA 선발진의 한 자리를 꿰찼기 때문만이 아니다. 프로 생활을 10년 넘게 한 선수처럼 여유가 넘치고, 경기 운영이 수준급이다. 시즌 초반 페이스만 놓고 보면, 지난해 신인왕인 고졸 투수 소형준(20·KT 위즈)을 뛰어넘는다.
이의리는 올 시즌 4경기에 선발 등판해 22와 3분의 1이닝을 소화했다. 성적은 1승 무패, 평균자책점 2.42다. 삼진 25개를 잡는 동안 볼넷은 9개만 내줬다. 피안타율은 0.158, 이닝당 출루허용(WHIP)은 0.94를 각각 기록했다. 모두 리그 정상급이다.
데뷔전부터 안정적이었다. 지난달 8일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5와 3분의 2이닝 2실점으로 잘 던졌다. 최근 두 번의 등판은 더 좋았다. 지난달 22일 LG 트윈스전에선 6과 3분의 2이닝 1실점, 28일 한화 이글스전에선 6이닝 10탈삼진 무실점으로 연속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이의리가 5회를 넘기지 못한 경기는 롯데 자이언츠 신인 김진욱과 선발 맞대결한 지난달 15일 롯데전(4이닝 7탈삼진 3실점)뿐이다.
개막 전까지도 이의리는 장재영(19·키움 히어로즈), 김진욱(19·롯데 자이언츠)과 함께 ‘괴물 신인 삼총사’로 기대를 모았다. 처음에는 오히려 이의리보다 장재영과 김진욱이 더 크게 주목받았다.
키움 1차 지명 신인 장재영은 역대 신인 계약금 2위인 9억원을 받았다. 고교 때 이미 시속 150㎞ 후반대 강속구를 던져 메이저리그(MLB)에서도 러브콜을 받았다. 신인 2차 지명 전체 1순위로 롯데에 입단한 김진욱은 프로 스카우트로부터 “완성형 투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고교 무대 1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70을 기록했다.
둘 다 프로의 높은 벽에 부딪혔다. 김진욱은 이의리와 마찬가지로 개막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됐지만, 3경기에서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10.54를 기록했다. 제구의 기복이 심해 적응에 애를 먹고 있다. 13과 3분의 2이닝 동안 볼넷 13개를 내줬다. 허문회 롯데 감독은 결국 김진욱을 2군으로 보냈다.
불펜으로 출발한 장재영도 고전했다. 7경기에서 6이닝을 던지는데 11실점(평균자책점 16.50) 했다. 그 역시 강속구 투수의 고질적 약점인 제구 문제에 발목 잡혔다. 지난달 29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아웃 카운트 하나를 잡는 동안 볼넷 5개를 내줬고, 그 직후 2군행을 통보받았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장기적으로 2군에서 선발감으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1군이 아닌 2군에서 수업을 더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의리는 달랐다. KIA가 1차 지명으로 뽑았는데, 시범경기까지도 두 동기생과 비교해 유명세가 떨어졌다. 하지만 실전이 시작되자 ‘실력’으로 이름값을 높였다. 개막을 앞두고 조금씩 기대감을 키우더니, 개막 후엔 ‘포스트 양현종’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이의리도 “메이저리그(텍사스 레인저스)로 간 양현종 선배님 빈자리를 내가 채우고 싶다”는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괴물 신인의 당찬 피칭은 다른 팀 감독마저 사로잡았다. KIA의 전신인 해태 레전드 출신인 이강철 KT 감독은 “올 시즌 신인 중에 이의리가 확실히 가장 낫다”고 높게 평가했다. 이 감독은 특히 2007년 KIA 투수코치 시절 ‘신인’으로 만났던 양현종을 떠올리면서 “(양)현종이는 그때도 제구가 좋았는데, 당시에는 직구로만 대결하는 유형이었다. 그런데 (이)의리는 변화구까지 전반적으로 완성돼 있다. 구속이나 구위만 놓고 보면 (신인 시절의 양현종보다) 이의리가 조금 더 나아 보인다”고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