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AG) 야구 대표팀은 금메달을 땄다. 그런데 1일 대구 롯데전을 앞둔 류중일(51) 삼성 감독의 표정은 다소 어두웠다. 류 감독은 아시안게임 우승 이후 최근 주변 반응에 대해 "조금 아쉽고 섭섭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금메달의 주역'인 안지만(31)도 똑같다.
대표팀은 지난 9월28일 '난적' 대만을 6-3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조별리그 세 경기를 모두 콜드게임으로 장식한 대표팀은 준결승과 결승에서 다소 고전했지만, 시상대의 가장 높은 자리에 우뚝 섰다. 아시안게임 4번째 우승이자 최근 2개 대회 연속 우승이다.
그러나 대표팀을 이끈 류중일 감독의 마음은 아직 무겁기만 하다. 금메달 획득 후 여론이 병역 혜택에 맞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일부 선수가 비난을 받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 수장으로선 우승을 위해 선수들이 합심하는 모습을 봤기에 더욱 그렇다. 류중일 감독은 "선수들이 이기기 위해 허슬 플레이를 하는 등 정말 열심히 했다"면서 "대표팀이 우승한 뒤 국내 리그에서 분위기를 계속 이어나가야 하는데 그 의미가 다소 깎아내려지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축하인사를 많이 받았지만 선수들도 그렇고 나도 많이 위축됐다"고 안타까운 속내를 털어놨다.
최근에는 아시안게임 야구 폐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참가국 간 전력차가 큰 탓에 대표팀 금메달 획득은 당연한 결과물로 여겨지고 있다. 일본은 사회인리그 선수로 구성됐지만 프로 무대에 입성할 실력을 갖춘 선수들도 더러 있다. 대만은 최근 자국리그 규모가 축소되고 있지만 젊은 선수들이 해외로 나가 기량을 쌓고 있다. 류 감독은 "그저 쉽게 이길 수 있는 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별리그 대만전(24일, 10-0 8회 콜드게임 승)을 쉽게 이긴 데는 경기 초반 상대 좌익수 실책이 나온 것이 컸다"면서 "결승전은 투수부터 달랐다. 상대 타자들도 김광현의 150㎞을 넘는 빠른 공을 받아치는 것을 보고 쉽지 않겠다 싶었다"고 얘기했다. 대만이 조별리그에선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뜻인 셈이다.
안지만의 심정도 비슷하다. 결승전 절체절명의 순간을 무실점으로 막은 그는 이날 취재진의 가장 큰 관심을 받았다. 평소 유쾌한 입담을 자랑하는 그는 웃으며 인터뷰를 하던 도중 갑자기 아쉬운 속마음을 밝혔다.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모여 금메달을 땄다. 다들 좋아해주실 줄 알았는데…(그렇지 않다)"면서 "인정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특히 그는 "이번 대표팀은 팀 워크가 정말 좋았다. 선수단 내에서도 최대한 피해를 안 주려고 노력하더라"고 전했다.
대표팀의 일원으로 그는 태극마크의 자부심과 책임감을 얘기했다. 안지만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는 주축 선수가 아니었지만 태극마크의 자부심이 있었다"며 "언제든 대표팀은 다 참가하고 싶다"고 했다.
금메달을 이끈 수장과 주역은 누구보다 선수들의 땀과 눈물, 그리고 노력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현재 상황이 조금 안타깝다. 둘은 대표팀 선수단 전체의 마음을 얘기하고 싶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