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두산전이 열린 29일 부산 사직구장. 두산의 3루 원정 더그아웃은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발탁된 세 명의 선수들에게 이목이 집중됐다. 두산이 25~28일까지 휴식을 취한 만큼 대표팀에 뽑힌 선수들이 처음으로 심경을 밝혔기 때문이다. 김현수와 민병헌, 오재원 모두 취재진과 인터뷰를 가졌다. 이들은 아시안게임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그리고 팀의 포스트시즌에 진출에 열의를 나타냈다. 특히 이날 경기 전까지 3연패에 빠진 만큼 반드시 연패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이들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포문은 '대표팀 선배' 김현수가 열었다. 0-0으로 맞선 4회 홍성민의 체인지업을 받아쳐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김현수의 홈런은 결승타가 됐다. 김현수의 홈런에 민병헌이 5회 화답했다. 그는 5회 1사 후 좌중간 담장을 맞히는 2루타를 때려냈다. 이어 오재원이 볼넷을 골라내 1사 1·2루 기회를 잡았다. 마무리는 김현수였다. 바뀐 투수 강승현의 초구를 받아쳐 좌중간을 가르는 1타점 2루타를 때려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타자 일순해 돌아온 다음 타석에서 민병헌은 2타점 좌전안타, 오재원은 1타점 우중간 2루타를 기록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3총사는 이날 8안타 6타점을 합작했다. 승부를 가른 5회에만 4안타 1볼넷 4타점을 올렸다. 송일수 두산 감독은 "1~3번 선수들이 공격을 이끌어줬다. 아시안게임에서도 활약이 기대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현수와 민병헌, 오재원이 불방망이를 휘두를 수 있던 원동력에는 경쟁과 배려가 숨어있었다. 오재원은 이날 경기 후 "민병헌이 너무 잘친다. 내가 봐도 미친 타격감이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어 "앞 타자가 안타를 때려내면 나도 분위기를 이어가고 싶다. 앞에서 치는 데 나만 안 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에 민병헌은 "타격감이 좋아서 친 것은 아니다. 1번 타자인 만큼 출루에 늘 신경을 쓴다. 내가 안타를 때려내지 못해도 (오)재원 형이 칠거라 믿는다"고 답했다.
김현수는 자신의 앞에 있는 테이블세터를 배려했다. 그는 "1~2번 타자가 출루를 하면 나는 어떻게든 진루나 득점을 만들어주고 싶다"며 "오늘(29일)도 5회 주자가 2명이나 있었다. 병살을 때리면 안되기 때문에 가능한 외야로 타구를 멀리 보내려고 했다. 그러면서 안타가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시안게임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우선 당장 우리 팀의 성적이 더 중요하다. 연패를 끊은 만큼 상승 분위기를 이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